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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위탁운영 공영 주차장, 장애인 '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A공영주차장에서 국가유공자(상이군경 6급)인 김모(54)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지 공예품을 납품하는 김씨가 볼 일을 마치고 10분 만에 차를 빼려는데 주차장 관리인이 요금 1천5백원을 요구했다.

김씨는 차 앞유리에 부착한 국가유공자 표지를 가리키며 "주차장 안내판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의 한시간 이내 주차는 무료로 돼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주차장 관리인은 "주차장 공간이 남아도느냐"며 "다음부턴 이곳에 주차할 생각도 말라"며 엉뚱한 대답만 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B공영주차장에 들어서던 장애인 백모(46)씨는 관리인으로부터 "여기는 장애인 구역이 없으니 다른 주차장으로 가라"며 퇴짜를 맞았다.

화가 난 백씨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왜 무시하느냐"고 항의했으나 관리인은 "1억원을 들여 입찰해서 따낸 주차장인데 본전을 뽑아야 할 게 아니냐"며 큰소리를 쳤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시내 공영주차장이 민간에 위탁 운영되면서 수익을 노린 업자측의 편법 운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 구청 조례는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의 공영주차장 이용시 한시간 이내는 무료이며 이후 주차요금은 정상 요금의 20%만 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업자들은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에게 정상 요금을 요구하거나 아예 이들이 주차장에 들어서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관리를 맡은 업자들의 비양심적인 운영도 문제지만 각 구청의 공영주차장 위탁업체 선정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청들이 현실적인 수익률을 보장해 주지 않고 무조건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에 운영권을 주다보니 업자들도 수익률 극대화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자들은 국가유공자나 장애인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이들에게 정상요금을 요구하고 있다. 또 법이 금지한 월 정기 주차권을 발행하는 곳도 있다.

현재 서울시내의 공영주차장은 총 7백81 군데로 주차면은 5만3천여면. 이 가운데 80% 이상을 민간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청이 위탁업자 선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무인 자동시스템으로 공영주차장을 운영해 민간 위탁에 따른 폐해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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