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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D-백스 "이보다 짜릿할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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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모두가 일어섰다. 그 순간 아무도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배짱은 없었다. 냉혈한처럼 차가운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의 초구가 한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루이스 곤살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날카롭게 휘둘렀으나 파울볼이었다.'아차'싶었으나 리베라는 2구째도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몸쪽이었다.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면서 볼이 꺾여야 하는 그의 주무기 '커터'였으나 그 꺾임이 날카롭지 못했다.

곤살레스의 방망이가 또 한번 돌아갔다. 빗맞았다. 그러나 전진수비한 내야수 키를 넘길 만큼의 힘은 있었다. 유격수 키를 넘어 좌익수와 중견수의 중간에 떨어지는 안타였다. 3루주자 제이 벨이 성큼성큼 뛰어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마지막 7차전, 마지막 9회말에 터진 극적인 끝내기 안타였다.

그 순간, 3년 동안 세상을 지배했던 '양키스 제국'이 무너지고 창단 4년밖에 안된 다이아몬드백스의 시대가 열렸다.

'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의 정상에 오른 그들은 위대했고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다이아몬드백스가 양키스를 3-2로 꺾고 4승3패를 기록,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다이아몬드백스는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최종 7차전에서 9회초까지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9회말 양키스의 철벽 마무리 리베라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선두 마크 그레이스의 중전안타로 동점 기회를 잡은 다이아몬드백스는 후속 대미언 밀러의 희생번트 때 리베라가 2루주자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이 중견수쪽으로 악송구되면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제이 벨의 번트 때 3루로 뛰던 주자가 아웃, 관중석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1사 1,2루.이번엔 재간둥이 토니 워맥의 차례였다. 워맥은 볼카운트 2-2에서 깨끗한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렸다. 동점이었다. 계속된 1사 2,3루. 당황한 리베라는 크레익 카운셀에게 몸맞는공을 던졌고,1사 만루에서 곤살레스가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승부를 끝냈다.

1998년 확장팀으로 창단된 다이아몬드백스는 이날 우승으로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팀이 됐다. 올시즌 마운드를 지탱했던 최고의 '원-투 펀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은 나란히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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