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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대령 유족들 "연금 받게 해 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비록 현행법 규정 때문이라지만 김재규(金載圭)전 중앙정보부장 유족들은 연금을 받고 있는데 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현역 군인의 유족은 단 한푼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해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1980년 총살형을 당한 고(故)박흥주(朴興柱)대령의 육사 동기생(18기)들이 최근 유족의 안타까운 처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이었던 고인은 당시 사형판결을 받은 6명 중 80년 3월 가장 먼저 사형이 집행됐다. 그후 金전 중정부장 등 처형된 관련자 5명의 유족들은 비록 정상적인 액수의 절반 규모지만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나 朴대령의 유족만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당시 현역 군인이어서 '군 복무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연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군인연금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심(再審)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지 않는 한 연금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고인은 17년간 현역으로 복무한 데다 월남전에도 참전했으므로 유족에게 연금이 지급되면 매월 1백5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졸지에 가장을 잃고 연금마저 받을 수 없어 형편이 딱하게 되자 고인의 서울고 동기생(10회)들이 그동안 미망인 김묘춘(金妙春.59)씨와 가족(1남2녀)의 생활을 도와 왔다.

협심증을 앓고 있는 金씨는 둘째딸과 함께 독지가가 마련해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또 육사 동기생들은 한때 군인연금법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결정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이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육사 동기생들과 유족들은 최근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 낸 청원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을 경우 朴대령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한 부인 金씨는 "참군인이 되기 원했던 남편의 명예회복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해 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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