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보가 오락·유희로 전락” 아이팟세대에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보가 유희와 오락으로 전락했다.”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정보화시대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9일 “아이패드·아이팟·X박스·플레이스테이션의 시대 도래 후 정보는 능력 배양이나 해방의 수단이 되기보다 혼란과 유희 혹은 오락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패드와 같은 정보 전달 매체의 대중화로) 우리는 일주일 24시간 내내 온갖 정보와 논란에 노출된 ‘24·7시대’에 살게 됐다”며 “그러나 이 중 일부는 진실이라는 잣대로 볼 때 높이 평가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노예해방 전쟁 당시 설립된 흑인계 대학 버지니아주 햄프턴대 졸업식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는 “정보의 홍수 속에 너무나 황당한 주장이 블로그나 라디오 대담을 통해 아무런 여과 없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분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와 민주주의에 새 도전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숨 막히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우리의 선조가 그랬듯이 오직 교육을 통해 우리 시대가 당면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중산층이 될 수 있었지만 21세기엔 고교 졸업장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햄프턴대의 역사를 언급하며 인종 차별의 벽을 넘는 데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햄프턴대는 1861년 인종 차별이 심한 남부주에서 탈출한 흑인 노예에게 안식처와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된 학교다. 오바마는 “햄프턴대를 세운 선각자들은 우리의 법과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종 차별의 벽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것을 예견했다”며 “교육만이 차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흑인 학생은 히스패닉계와 마찬가지로 백인 급우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오늘 햄프턴대를 졸업하는 여러분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흑인 청소년에게 롤모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두 자릿수 실업률에 짓눌리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사회에 진출하게 됐다”며 “다만 여러분이 받은 교육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길잡이가 돼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오바마는 독립선언문을 초안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제퍼슨은 미국 시민이 무지하고 무관심하며 민주주의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미국 독립이라는 꿈같은 실험은 성공할 수 없다고 믿었다. 미국 독립은 오직 시민이 교육받고 깨어 있었으며 시민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기에 가능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햄프턴대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두 번째 학위가 훨씬 싸게 먹혔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