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정원의 복원은 문화적인 면뿐 아니라 관광산업의 측면에서도 한국의 정체성을 살리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화재위원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한.중.일 동양 삼국의 전통정원에 대해 연구 중 일시 귀국한 박경자(朴景子.52.여.사진)박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돼 있는 졸정원(拙政園).사자림(獅子林).곽장(郭莊) 등 중국의 고전 원림들을 보면 은근히 속상하다"며 전통정원의 가치를 역설했다.
우리도 나름대로 중국이나 일본에 못지않는 전통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히 남은 게 없는 것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전통정원하면 으레 남의 얘기로 간주해버리는 현실이 더 안타깝기 때문.
그는 "지금까지 조선시대 문집 등을 통해 100여 건의 석가산(石假山) 기록을 찾아냈다"며 "석가산이 봉래.영주.방장 등 삼신산을 본뜬 것으로 전통정원의 핵심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만큼의 정원이 존재했었다는 얘기"라며 "우선 급한 대로 한두 곳만이라도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퇴계.미수 등 10명이 남긴 기록에 대해선 분석작업까지 마쳤다. 이를 통해 대략적이나마 정원(석가산)을 꾸민 동기와 원리, 형태 및 기능 등에 대해 파악했다.
"기본적으로 음양의 상징인 산수를 가까이 하고픈 마음을 '소중현대(小中懸大: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본다)'의 풍류로 살려낸 것이 전통정원의 원리이자 멋입니다."
전남 담양 소쇄원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그는 특히 채수(蔡壽.1449~1551) 선생의 '석가산폭포기'에 나오는 지명이 경북 상주이고, 현지답사에서 1980년대 초까지 석가산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모델차원의 복원은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현재 문화유적을 복원할 때 단순히 건물 등 특정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고작 나무 몇 그루 심고 마는데, 정원에 포함되는 공간구조물 등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안압지 조영계획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환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경복궁 아미산 정원 복원 등에 참여한 조경기술사이기도 하다.
이만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