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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특목고 입시 지형도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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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가 고교 입시로 확대되면서 수험생의 학업능력은 개별화·특성화 되고 학부모는 진학 코치로의 변신을 요구 받고 있다. 학교는 우수학생을 선별할 방법을, 사교육 시장은 새로운 수익 사업을 찾느라 고민이다. 각각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교육 현장의 양상을 담아봤다. 그 첫 편으로 특목·자사고 입시 개편으로 활용도가 증대된 ‘입학상담’에 대해 살펴봤다.

궁합 파악이 입시준비의 첫 걸음

최근 들어 진학을 원하는 고교와의 입학상담을 기다리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사전 입학상담이 틈새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입시요강과 전년도 입시결과를 비교·분석하는데 치중했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특목고 입학사정관제(자기주도학습전형)는 수상실적·인증시험점수·자격증 등을 배제하고 특정 교과성적만으로 전형을 치른다. 심사자료도 자기소개서·학습계획서·포트폴리오·면접으로 제한적이다. 잣대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학습태도·학업능력·잠재력·인성 등이 평가 대상이다. 이는 수험생의 학업능력을 보는 관점이 시험 점수로 정했던 수직적 서열에서, 수평적 개념의 개별화·특성화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즉 개별 입학상담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비상교육 이지원 특목고입시 연구원은 “지원자의 학업능력이 진학 고교와 궁합이 맞는지를 따지거나, 목표 고교가 원하는 선별 잣대가 뭔지 알아내 그에 맞춰 입시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준비과정 중간점검 전략으로 삼아

입학상담은 대부분의 특목·자사고가 운영하는 제도다. 그런데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 되고부터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을 도입한 민족사관고는 ‘집중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전형 전모의평가를 실시해 수험생들에게 합격 여부를 가늠해줬다. 이 때문에 편법전형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에게 입학상담의 비중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입학상담은 그동안 자립형사립고나 자율학교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져 왔다. 발빠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를 활용해 학교측의 조언을 얻거나, 수시로 전화와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해 학교의 선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자사고 입시를 준비중인 수험생 자녀를 둔 김은경(가명·44·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조기유학·수상실적·내신 등 아이의 학업 이력별 장·단점을 물어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 작성에 필요한 요소들을 얻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망 학교에서 지난해 합격생의 토플점수·평균내신 등 비교 수치는 알려주지만 전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교도 상담 받은 학생의 성적자료를 별도 보관해 지원자 성향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우수 학생을 미리 포섭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선어학원 김대희 입시전략팀장은 “지역 제한제·복수지원 금지·구술면접 제약 등이 강화되고 학생 개인별 역량에 초점을 두는 입시 변화로 고교에 합격 가능성을 미리 타진하는 수험생들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입학상담을 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준비과정을 중간 점검하는 전략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안양외고 김도훈 교사가 지난해 7월 외고 입시를 앞두고 입시상담 차 학교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선발전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정식·송보명·정현진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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