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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스펙쌓기 - 상일여고 과학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오후 1시 상일여고 과학실험반 학생 8명이 한양대 자연과학대를 찾았다. 모두 2학년생인 이들은 지난해부터 3주에 한번씩 학교 과학실에서 교과와 관련된 실험을 해오다 이날 대학 실습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대학생들과 함께 실제 과학실습 강의에 참여한 이들을 따라 나섰다.


“오늘 이 체험학습이 분명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작성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이 경험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많이 보고, 많이 묻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세요.”

이해원 자연과학대 학장은 실습에 들어가기 전 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양한 체험과 실습에 참여해 보라”고충고했다. 이 학장으로부터 이공계열의 비전과 간단한 한양대 소개를 들은 학생들은 두개팀으로 나뉘어 실습에 들어갔다.

물리실험을 선택한 1팀 학생들이 실습실에 들어서자 실험조교의 ‘구심력’ 실험에 대한 소개가 시작됐다. “구심력이 원심력과 반대 개념인 것은 알고 있죠? 물체가 일정한 회전을 하면서 얼마나 큰 구심력을 내는 지 알아보는 실험을 할 겁니다.” 컴퓨터로 모든 실험이 제어되는 대학 실습실의 시설을 신기한 듯 보던 학생들은 이내 긴장된 시선으로 회전하는 물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컴퓨터 화면에 그려지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신기하다’를 연발하던 박상그레양은 “구심력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풀렸다”며 “원리를 제대로 알게 해준 이런 실험을 학교에서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같은 시간 2팀은 일반화학 실습실에서 ‘아스피린 합성’에 관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다. 김태현양은 “약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스피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 알았다”며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물질들이 이런 간단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웃었다.

간단한 물리·화학 실습을 마친 8명의 학생들이 이동한 곳은 일반생물학 실습실. 마침 공과대학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영동’실험 준비가 한창이었다. “단백질의 분자 구조에 따라 전기자극반응이 달라져 각각의 단백질을 구분하는 실험”이라는 조교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습에 앞서 진행된 강의 대부분은 전문용어로 이뤄졌다.그러나 학생들은 평소 꾸준한 실험으로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정해주양은 “거의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 설명이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학교에서 실험을 통해 배운 기본적인 원리 덕분에 실습 내용을 이해하는데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험 테이블 한 개를 차지한 고교생들은 조교의 설명에 따라 직접 실습에 들어갔다. 단백질 극소량을 시험관에 옮기는 데 사용하는 실험도구 파이펫(pipette)이 학생들을 긴장시켰다. “선생님, 단백질 액체가 부글거려요.”“공기가 들어가서 그래요. 파이펫을 누르는 힘이 일정해야 해요. 긴장하지 말고 다시 해보세요.” 진지하던 실습실 분위기가 안혜연양의 ‘부글거린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지며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그렇게 돌아가며 한번씩 단백질 분해 실습을 해본 후 비로소 이날 체험이 끝났다.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에 다니고 있다는 김상경양은 “대학 강의를 직접 들어보니 빨리 대학에 가고 싶어졌다”며 “화학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는데 이번 체험을 계기로 화학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대가 목표인 유현진양은 “얼마 전부터 집 근처 하천이 개발되고 있는데, 친구와 함께 하천의 원류를 찾아 생태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 한양대 체험이 평소에 하고 있던 여러 탐구활동에 더욱 강한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내신 성적 5% 이내에 드는 학생들로 이공계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일여고와 한양대간에 맺은 교류 협약을 통해 올 7월에 한양대에서 진행될 정식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설명]한양대를 찾은 상일여고 과학실험반의 박상그레(사진 왼쪽), 권한나양이 일반물리 실습실에서 구심력 실험을 하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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