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입 틀어막아 대통령 귀 막다니"…질문하는 농민 끌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달 3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남도에 대한 순시행사의 하나로 열린 '도민초청오찬간담회'에서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강기갑(姜基甲.51)의장이 발언하려다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간 사건이 발생,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연맹에 따르면 이날 농민대표로 초청된 姜의장은 낮 12시50분쯤 식사가 끝난 뒤 사회자가 金대통령의 말씀이 있겠다고 소개한 직후 "농사꾼으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일어섰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갔다는 것이다.

연맹은 姜의장이 끌려나가며 "도민초청간담회인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했으나 다른 경호원이 달려들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자리했던 한 참석자는 "이같은 소동을 지켜본 金대통령이 '농민 대표인가 보군…'이라고 말하고는 예정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姜의장은 "쌀값 폭락 때문에 겪고 있는 농민들의 고통을 직언하기 위해 바쁜 농사일을 제쳐두고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대통령과 악수하고 밥 한번 먹은 뒤 자랑이나 늘어놓는 자리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는 경남지역 각계 대표 2백60여명이 초청됐으며 식사에 앞서 도지사 환영사, 도의회 의장 건배제의 등이 이어졌고 식사 뒤에는 대통령의 '격려말씀'이 있었을 뿐 참석자 질문 순서는 없었다.

한편 경남도연맹은 이 사건과 관련,1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농민의 어려움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姜의장의 발언을 제지한 경호 관계자는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예정에 없는 행동이 벌어질 경우 경호원들이 제지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례"라고 해명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