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부도업체 폐기물 3년째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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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내 한 부도업체에 3만5천여t의 폐기물이 3년째 무단 방치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주변 공장 종사자들과 주민들은 “폐기물 악취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화재 위험때문에 항상 불안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현장=폐기물은 남동구 남촌동 남동공단 1단지 12블록 11로트 동궁산업 공장 부지 2천5백평에 10여m정도 높이로 쌓여 있다.

3만5천여t 가량으로 추정되는 이 폐기물은 동궁산업이 지난 1999년 6월 최종 부도가 난 이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폐건자재를 비롯 고무 ·가죽 ·플라스틱 등의 이들 폐기물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것은 막대한 처리비용 때문이다.

시에서 처리비용을 산출한 결과 약 47억원 정도로 조사됐다.그러나 동궁산업이 부도난데다 채권자마저 공장부지를 팔아봐야 처리비용에 모자란다며 난색을 표해 뚜렷한 처리 전망이 서지 않고 있다.

◇인근 공장 ·주민 피해 실태=현장 주변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침출수까지 발생해 주변 토양 오염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또 메탄가스 발생에 따른 자연 발화마저 잦아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연수구 선학동 일대 3개 아파트 단지 3백여가구 주민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주민 H(38)씨는 “악취는 물론 가끔 폐기물 찌꺼기가 바람을 타고 집으로 날아들어 창문도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권혁영(41)씨는 “방치된 폐기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애꿎은 시민들”이라며 “시나 구가 폐기물을 우선 처리하고 추후 책임자를 찾아 처리비용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남동구 입장=시와 구는 “경인지방환경관리청과 함께 폐기물 처리 대책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처리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자측에 폐기물 처리를 종용하는 수밖에 없다”며 “파이프를 박아 메탄가스를 뽑아내고 침출수를 가능한 한 적게 나오도록 하는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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