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러시아, 조직력 앞세워 '자물통 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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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소련은 1958년 거미손 골키퍼 야신을 앞세워 처음 월드컵 본선에 나서 8강에 올랐고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축구 강국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90년대 들어 소련의 몰락과 함께 소련연방에 속해 있던 나라들이 잇따라 독립하면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그 여파로 94년 미국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2년 뒤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러96 대회에서도 1회전에서 탈락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유럽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축구강국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

축구 강국의 명예 회복을 벼르는 러시아 대표팀에는 유럽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챔피언십 프리미어리그를 여섯번이나 제패한 명문 구단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올레그 로만체프 감독이 98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조직력이 크게 보강돼 특유의 짜임새있는 축구가 복원됐다. 특히 미드필더와 수비의 조직력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또 힘과 높이(평균신장 1m82㎝)를 이용한 공격도 위력적이다.

빅토르 오노프코(32.레알 오비에도)와 유리 니키포로프(31.PSV 아인트호벤).유리 코브툰(30.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이 버티고 있는 수비는 월드컵 유럽 2차예선 10게임에서 5점만을 허용하며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신예들로 구성된 공격라인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 러시아는 유럽 예선 9개조에서 1위로 본선에 직행한 팀 가운데 게임당 평균득점(1.8점)이 가장 적다.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크(27.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상대 수비를 위협할 만한 기량을 갖추기는 했지만 다른 유럽팀들에 비해 파괴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러시아의 명예 회복 여부는 경험이 많은 노장 미드필더와 신예 공격라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득점력을 배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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