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마케팅…"차 · PC도 써본 후 구입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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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주부 김모(서울 서초동.33)씨는 싼 제품을 더 이상 찾아다니지 않는다."내 생활양식에 맞는지, 흥미진진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지를 먼저 따진다"고 한다.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21세기의 마케팅에서 제품의 특징이나 편익은 이미 낡은 개념이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마케팅 관계자들의 논의에서 제시된 대안의 하나는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가치.생활양식을 파악한 뒤 제품을 개발하고 광고.판촉을 하는 것이다.

전세계 보드카 시장의 선두 브랜드인 '앱솔루트'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병 디자인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전달하려고 한다.

소비자에게 "왜 앱솔루트를 선택하느냐"고 물으면 "맛이 있어서""향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보드카는 원래 무색.무취.무미의 술로 유명한데도 소비자가 체험 마케팅을 통해 향과 맛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뉴비틀즈'와 '현대자동차'의 가격차는 비틀즈가 흥미로운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 면이 있다. 차의 모양부터가 소비자에게 다른 느낌을 준다.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소비과정을 조사해 차를 만들고 가상체험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체험은 소비재뿐 아니라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항공 서비스, 컴퓨터와 같은 첨단산업재, 유통업체 등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흥미로운 체험을 많이 제공하느냐가 상품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국내기업들도 체험 마케킹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새단장, 제품 차별화, 신제품 개발, 고객유지, 판촉활동 등에 체험 마케팅을 활용한다.

체험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번 슈미트 교수와 손잡고 국내에서 체험 마케팅을 처음 활용한 기업은 태평양이다.

이 회사 라네즈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Everyday New Face'라는 슬로건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피부예보제를 도입했다. 날씨에 따라 변하는 피부상태에 맞춰 미용정보를 제공한다.

아이오페 브랜드도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콘서트나 영화 등의 문화행사에 고객을 초청해 아이오페 브랜드를 느끼게 하는 간접 체험마케팅도 전개한다.

태평양은 또 머리 염색제 판촉을 위해 대형 버스를 미용실로 개조한 '무빙(이동) 헤어숍'을 운영 중이다.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체들도 단골 확보를 위해 체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현장으로 고객을 초청해 직접 보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전국 특산물 열차여행',신세계백화점의 '도자기 여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할인점 그랜드마트는 '오감 체험 판매전'을 마련했다.

매장마다 코너를 만들어 향수는 맡아보고, 립스틱은 발라보고, 봄나물은 먹어보고, 신소재 의류는 입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랜드마트 관계자는 "제품의 특성에 맞춰 여러 체험을 한 뒤 물건을 사가기 때문에 판매촉진 효과가 크고 반품이 적다"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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