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 분야 삼성전자 · 소니 서로 협력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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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지난 8월 삼성전자와 소니가 오디오.비디오(AV)분야에서 손잡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MP3 플레이어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소니는 디지털 캠코더 등 AV 분야에서 가진 경쟁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세계 정상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소니가 삼성 브랜드를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세계 최대 D램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가 AV 분야에서도 브랜드 힘을 쌓은 것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플레이어(DVDP)와 VCR.MP3 플레이어 등의 놀랄만한 선전(善戰)때문이다. 특히 '콤보'라는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DVDP는 삼성 브랜드의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만용 전무는 "콤보의 성공을 보면서 브랜드의 힘은 첨단기술에서 나오는 원가 우위, 시의적절한 제품 기획, 마케팅 등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시한 콤보는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하는 VCR과 DVD를 재생하는 DVDP를 겸하도록 한 제품이다.집안의 공간을 절약하면서 사양길의 VCR과 첨단의 DVDP를 동시에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두 제품을 합친 것보다 비싸 '잘 팔리겠느냐'는 걱정도 적잖았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DVD 구입을 주저하고 VCR에 미련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층이 의외로 많아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게다가 고가전략을 고집해 미국의 가전 전문매장에서 일본.유럽.중국 제품에 이르기까지 13종 중 가장 비싼 2백99달러를 받고 있다.덕분에 삼성의 올해 세계시장 DVDP 점유율은 18%(1백만대)로 2위에 올랐고 내년엔 소니(25%)를 넘볼 기세다.

여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삼성이 확보한 10여건의 특허가 큰 보탬이 됐다. 삼성전자는 VCR 분야에서도 올해 1천만대(21%)를 팔아 세계 1위 품목을 하나 더했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삼성 브랜드가 소니와 어깨를 견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국내시장에서도 디지털 캠코더나 홈 시어터 제품 등 대다수 AV기기 분야에서 소니는 삼성의 추격을 허용치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은 "우리의 생산기술은 세계 수준에 근접한 것들이 많지만 소니 등 선진업체들이 수십년 동안 쌓은 브랜드 이미지는 우리가 따라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니가 세계 각지를 누비며 체득한 '시장에 대한 후각'은 하루 아침에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평가된다.

소니의 창업자는 "지금까지 한 의사결정 가운데 가장 자랑스런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960년대 창업 초기에 미국 업체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달라고 제의한 것을 뿌리쳤던 점이다.그 때 OEM의 유혹에 빠졌더라면 오늘날 소니 브랜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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