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발 ‘한파’ … 출구 향한 발걸음 주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올 1분기 한국 경제는 7.8%(전년 동기 대비)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기획재정부도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 경로에 접근했다”며 경기회복세가 강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 1분기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에 비해 3.2%포인트나 높다. 성장의 질도 좋았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좋아진 쌍끌이 성장세였다. 특히 성장률 기여도에서 민간 부문이 제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장률 기여도에서 민간 부문의 몫은 7.0%포인트나 됐다. 정부 부문은 0.8%포인트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6월에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관심은 12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발언 수위였다. 출구전략 쪽으로 다가간 ‘통화정책 방향’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비록 김중수 한은 총재가 아직도 부진한 건설투자와 고용을 들어 머뭇거릴 수는 있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한 주 만에 바뀌었다. 다시 번지기 시작한 남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한 몸이나 다름없다. 남유럽 위기가 국지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남유럽 재정위기→유럽 전체 경기불안→미국 경제불안→세계 경제위기로 확산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더블딥’(일시적 경기회복 후 침체)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살얼음판 위에선 긴축으로 선회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당장 꺾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다만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조기 금리인상론의 힘이 빠지면서 2분기 중에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은 이번 위기의 원인과 전파 경로를 더 살펴보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이 늦춰지면 의외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넘치는 돈이, 펀더멘털이 견조한 한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월 이후 출구전략 추진이 지연되면서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로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유럽발 위험이 완화되는 시점에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재차 몰리면서 유동성 랠리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