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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 모임 한울 사랑회 "골수 기증이 생명의 불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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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들한테 '너 아직도 살아 있느냐? '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농담이겠지만 솔직히 기분이 상하기도 하죠."

백혈병에 걸려 골수(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후 6년째 정상적인 삶을 누리며 인터넷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창현(34)씨.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리면 무조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것으로 그려지는 게 불만이에요. 저만 해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김씨는 골수 이식을 받기 위해 서울의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를 보살펴준 간호사 배영희(33)씨와 1998년 결혼했다.

백혈병은 적절한 치료를 안하고 방치해 두면 3,4개월 만에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질병. 몸 안에 피를 만들어 내는 세포인 조혈모세포가 제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피를 생성하는 골수의 이식은 백혈병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다.

형제.자매 등 친족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을 수 있는 환자는 네명중 한명. 나머지 환자들은 타인에게서 골수를 이식받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이식 가능한 골수가 있을 확률은 고작 2만분의1. 기증자 수가 일본과 대만의 5분의1 수준(4만여명)밖에 안되는 국내에서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적십자 혈액원 등에 등록한 사람들마저 막상 기증을 요청받으면 거부하는 경우가 50%나 된다.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아 기증자를 찾았지만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뜨는 분들도 많아요. 사회적으로 골수 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김씨는 지난 6월 16일 열린 '제1회 조혈모세포 이식인의 날'을 계기로 결성된 '한울사랑회'의 회원. 지난 9월 서울 여의도에서 백혈병 완치환자 12명이 첫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 회장인 이종경(46.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씨는 "앞으로 새로 개발되는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골수 기증과 혈소판 헌혈 지원을 늘리기 위한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의 개발로 백혈병의 완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최근에는 골수를 이식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70%에 이른다"고 전했다.

◇ 한울사랑회(http://www.hanulsarang.co.kr)에서는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보호자 및 완치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02-865-3503.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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