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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지라예 꼭 보러 오이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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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부산시 곳곳에선 올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개.폐막작 예매는 완료된 상태다.

올 부산영화제는 다음달 9일 배우 송강호.방은진의 사회로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개막해 17일까지 열린다. 60개국 2백3편이란 역대 최다 출품작을 기록했다.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 블록버스터급 대하사극부터 저예산 실험영화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종합선물세트''백화점식 영화제'란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양각색의 영화를, 그것도 지구촌 영화계의 화제작을 망라한 부산영화제의 존재 가치를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 아시아가 뜬다는데=부산영화제가 성장을 거듭해온 가장 큰 동인은 아시아 영화의 특화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 영화사들이 수입한 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결국 국내외로 기력을 잃어버린 도쿄(東京)영화제와 대비된다. 올해 수백명의 미국.유럽 관계자들이 자비로 부산을 찾는 것도 최근 국제영화계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올해 특징은 대작 시대극이 왕성하게 제작되고 신인 감독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는 점.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자국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태국의 '수리요타이'(차트리찰레름 유콘)와 인도의 '라가안'(아슈토시 고와리커)이 대표 사례. 각각 미얀마(옛 이름 버마)의 침공에 맞선 여왕의 일대기와 영국의 통치에 시달리는 농촌을 그렸다.

폭력적인 통과의례로 어린 소녀들을 망가뜨리는 인도의 폐습을 고발한 '마야'(디그비자이 싱),중국의 부패한 경찰과 창녀의 갈등을 다룬 '해선'(주웬),미혼모 어머니와 딸의 대립을 파헤친 인도네시아 영화 '모래의 속삭임'(난 아크나스)등 신예 감독들의 작품이 주목된다.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이마무라 쇼헤이),'밀레니엄 맘보'(후샤오시엔),'행복한 날들'(장이머우),'거기는 지금 몇시니□'(차이밍량)등 중견 감독들의 뒷받침도 든든하다. 요즘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선 '칸다하르'(모흐센 마흐말바프)와 '델바란'(아볼파즐 잘릴리)을 빠뜨릴 수 없다. 내전에 시달리는 현지인의 고단한 삶을 천착한 이란영화다.

◇ 한국영화는 어떤가=올 최대 흥행작인 '친구'(곽경택)부터 지난 여름 독특한 공포물로 호평을 받았던 '소름'(윤종찬)까지 우리 영화의 양적.질적 성장을 주도했던 작품들을 엄선했다.

'순애보'(곽재용), '파이란'(송해성), '봄날은 간다'(허진호), '와이키키 브라더스'(임순례), '라이방'(장현수)등 규모는 작지만 나름의 미학을 구현했던 수작들을 골라 올 한해 우리 영화의 성과를 정리하는 모양새다.

'나쁜 남자'(김기덕),'낙타(들)'(박기용),'괜찮아, 울지마'(민병훈)가 첫선을 보이며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꽃섬'(송일곤)은 아시아 신인 감독들이 겨루는 경쟁부문인 '뉴커런츠'에 진출했다.

◇ 세계 영화제를 정리=부산영화제는 극장 사정상 추석 성수기가 지난 다음에 열리는 까닭에 다른 국제영화제보다 개최 시기가 늦은 편이다. 덕분에 세계의 유수한 영화제에서 입상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각국 영화제를 돌면서 수작들을 고른 때문이지, 수상 결과를 놓고 초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관객들로선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다. 언론에서 언급됐던 화제작들을 고루 맛볼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니까. 일반인들의 시선이 가장 몰리는 부문이기도 하다.

올해의 식단은 유례없이 푸짐하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의 '칸다하르',감독상을 공동 수상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조엘 코언)와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은곰상을 휩쓴 '인티머시'(파트리스 세로)와 '초급 이탈리아어 강습'(론 쉐르픽), 베니스영화제에서 각각 황금사자상과 감독상을 탄 '몬순 웨딩'(미라네어)과 '비밀투표'(바박 파야미)등.

영화제 수상이 작품의 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의 영화 수준을 상징하는 것은 분명하기에 최근 급성장한 우리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 다른 볼거리는 없나=이것저것 쫓아다니는 난독형보다 한우물을 파고드는 정독형도 의미가 있다. 영화제측은 두 종류의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첫째, 신상옥 감독 회고전. 1960년대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신감독의 작품 아홉편을 집중 상영한다. 특히 북한에서 만들었던 최서해 원작의 '탈출기'가 주목거리다.

둘째, 한국과 비슷하게 자국영화 붐이 일고 있는 태국영화 특별전. 장.단편 합쳐 열한편이 공개되며 태국 영화계의 핵심 세력인 왕족(王族)들도 대거 방한한다. 폐막작 '수리요타이'의 제작비가 1백50억원이나 될 정도로 산업적 성장이 눈부시다.

이제 남은 것은 관객의 선택.

예매는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piff.org)와

부산은행 홈페이지(http://www.pusanbank.co.kr)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부산은행 폰뱅킹(051-811-3333,코드번호 712)과 현금지급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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