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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우미' 홍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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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m78cm.68kg의 다소 가냘파 보이는 체격, 웃을 때 살짝 덧니가 드러나는 미소년 같은 얼굴, 조용조용한 말투. 프로축구 K-리그 정규시즌에서 도움 1위에 오른 홍순학(24.대구 FC.사진)은 강인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소리 소문 없이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이동국(광주.5개).윤정환(전북.4개) 등 쟁쟁한 스타들을 따돌렸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대구에 입단한 홍순학은 15경기에 출장해 1골.1도움에 그쳤다. 끊이지 않는 부상으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후반기에도 부상으로 3개월을 쉬어야 했다. 올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꾸준히 출장하면서 노나또.진순진 등에게 완벽한 골 찬스를 만들어줬다.

홍순학은 "박종환 감독님이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 전념하라고 기회를 주셨다. 내 패스를 골로 연결해 준 동료가 고맙다"고 말했다. 대구 FC 하성준 코치는 "순학이는 스피드.드리블.패스 능력을 고루 갖췄다. 파워와 몸싸움 능력을 키우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배재고 동기이고, 송종국(페예노르트)의 2년 후배인 홍순학은 "두리와 종국 형은 고교 때부터 '저렇게 열심히 해야 대표선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연습벌레였다. 나도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 꼭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홍순학의 대학 동기인 여자친구는 올해 미 육군에 입대, 현재 버지니아의 훈련소에 있다. 내년쯤 주한미군에 배속돼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그는 "축구선수로 대성한 뒤 떳떳하게 청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상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성적을 합산해 결정한다'는 프로축구연맹의 상식 밖 규정으로 인해 홍순학은 도움왕을 확정짓지 못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홍순학은 최성국(울산).김두현(수원).따바레즈(포항.이상 도움 4개) 등 추격자들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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