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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왜 북구에만 짓나요" 포항지역 학부모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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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북구에만 고교가 신설되면 자녀를 멀리까지 통학시켜야 할 남구 학부모들은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포항시 남구 유강 ·효자 ·자명 ·이동 ·대잠동 등지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이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계획에 따라 3개 고교를 모두 북구에 지으려 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구지역 32개 초 ·중학교 운영위원 ·어머니회원 등 1백여명은 26일 오전 남구 연일읍 복지회관에서 ‘남부지역 고교 설립을 위한 학부모회 준비모임’을 가진데 이어 다음달 1일 상공회의소에서 학부모회를 정식 발족키로 했다.

도교육청이 고교 학급당 인원을 35명으로 줄이기 위해 한 학년 10학급 규모로 짓는 2003년 2개교,2004년 1개교를 모두 남구에 유치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모임 임영숙(林永淑 ·38)위원장은 “현재 고교가 북구에 12개,남구에 5개교로 편중돼 있어 학부모 ·학생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다시 북구에 고교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유치운동 배경을 설명했다.

전체 52만명인 포항의 인구는 남구 26만4천명,북구 25만2천명으로 오히려 남구가 많은 편이다.

문제는 교육청이 정부계획에 맞춰 고교를 신설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이 때문에 교육청은 북구 창포동 창포지구에 하나,장성동 장성지구에 하나,포항중이 임시 사용중인 대신동 옛 항도여중에 하나 등 3개 고교를 신설할 방침이다.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이미 도시계획상 학교용지가 지정돼 있어 신설이 쉽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한 데다 향후 인구증가 등을 예상하면 북구에 학교를 신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고교 1학년의 경우 남학생은 급당 43명,여학생은 40명으로 과밀하며,남구에는 지정된 새 학교부지가 없어 부지지정과 매입 등 신설에 많은 시일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학교를 쉽고 빨리 짓는 데만 혈안이 돼 남구 주민들의 불편과 지역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유강 등 효자지구,남구 상도동 남부경찰서 ·문화예술회관 인근 등에 3개 학교를 지을 만한 부지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교육청의 방침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학부모회 발족 뒤 시위 ·진정 등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교육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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