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마이크론주와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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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동안 비슷한 행보를 보이던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최근 따로 놀기 시작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주가의 체온계였다. 외국인들은 마이크론 주가가 오르면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내리면 내다 팔았다. 특히 6~9월에는 마이크론 주가 상승폭이 삼성전자보다 컸다.

그러나 9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주가가 같이 밀려도 마이크론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또 함께 올라도 삼성의 주가 상승률이 마이크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예전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이상 마이크론과 같은 단순한 반도체 회사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사업구조와 수익성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 반도체 부문에서 3천8백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백82억원의 영업이익과 4천2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6~8월)에만 1조2천7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실적 명암은 사업구조에서 갈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도 이를 벌충할 수 있는 통신.가전 부문이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반도체 전문 생산업체여서 운신의 폭이 좁다.

두 회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비중은 30%선인 반면 마이크론의 반도체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여기에다 마이크론은 주력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D램)에 편중돼 있다. 마이크론은 한때 회로선폭 축소 기술을 앞세워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반도체 가격이 생산원가 밑으로 폭락하면서 이 기술은 빛이 바랬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두 회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성숙기로 접어든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익숙한 반면,삼성전자는 램버스D램 등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외국인들이 최근 삼성전자를 많이 매수한 것은 반도체 불황을 이길 수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를 높이 평가한 데다 통신분야의 새로운 수요 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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