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비슷한 행보를 보이던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최근 따로 놀기 시작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주가의 체온계였다. 외국인들은 마이크론 주가가 오르면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내리면 내다 팔았다. 특히 6~9월에는 마이크론 주가 상승폭이 삼성전자보다 컸다.
그러나 9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주가가 같이 밀려도 마이크론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또 함께 올라도 삼성의 주가 상승률이 마이크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예전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이상 마이크론과 같은 단순한 반도체 회사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사업구조와 수익성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 반도체 부문에서 3천8백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백82억원의 영업이익과 4천2백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6~8월)에만 1조2천7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실적 명암은 사업구조에서 갈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도 이를 벌충할 수 있는 통신.가전 부문이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반도체 전문 생산업체여서 운신의 폭이 좁다.
두 회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비중은 30%선인 반면 마이크론의 반도체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여기에다 마이크론은 주력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D램)에 편중돼 있다. 마이크론은 한때 회로선폭 축소 기술을 앞세워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반도체 가격이 생산원가 밑으로 폭락하면서 이 기술은 빛이 바랬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두 회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이 성숙기로 접어든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익숙한 반면,삼성전자는 램버스D램 등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외국인들이 최근 삼성전자를 많이 매수한 것은 반도체 불황을 이길 수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를 높이 평가한 데다 통신분야의 새로운 수요 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