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교조식’ 교육 놓고 보수·진보 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해 경기도교육감은 부산시의 1년 예산보다 많은 8조7100억원을 집행했다. 교육감은 2768개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원, 일반 행정직원 등 10만3800여 명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서울보다 많은 199만여 명의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이번 선거에는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에 맞서 강원춘 전 경기교총 회장, 문종철 전 수원대 대학원장,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조창섭 단국대 교육대학원장 등 4명의 보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김진춘 전 경기교육감은 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 후보는 ‘김상곤식 교육’을 반대하며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후보난립에 따른 표 분산으로 현재까지 김 교육감에게 뒤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수 후보들조차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세를 뒤집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관건은 보수 후보가 단일화되느냐 여부다. 네 후보는 각자 선거운동을 벌이며 단일화를 위해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단일화 방법이나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선거전에 돌입했다. 다른 후보에 앞서 핵심 공약을 먼저 알리고 선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김 교육감은 “우리 교육은 지금 개혁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같은 교육개혁을 계속 벌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과 교권 보장, 교육계 비리 청산 등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상급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비를 무상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성남시 분당구 태원고의 교감·교장을 거쳐 경기교총 회장을 지낸 강원춘 후보는 “왜곡된 경기교육과 정치화된 교육계를 심판해 경기도 교육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공교육 강화와 외국어고 개혁, 교원평가제 전면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수원대에서 20여 년 교수 생활을 하고 금융공과대학원장을 지낸 문종철 후보는 “이념대결로 전개되는 정치교육을 반대하며 올바른 교육만 생각하고 싶다”며 “교육감이 되면 공교육을 최상위권에 올려놓고 인격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정한 교원평가를 통해 무능하고 정치이념에 물든 교원을 퇴출하고 공교육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정진곤 후보는 “김 교육감이 정치적인 투쟁만 일삼는 사이 경기도 학력은 전국에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며 “경기도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김상곤식 보편적 무상급식을 강력 비판했다. 정 후보는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을 통해 끊겠다”며 저득층 자녀 무상교육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조창섭 대학원장은 “전교조 성향에 가까운 분이 교육감을 맡아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보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