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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환자 보는 ‘의사 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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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제주한라병원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밴드 D5 멤버들이 제주시내 한 연습실에서 연습도중 포즈를 잡았다. 병원측이 이들에게 제공한 연습실이다. [프리랜서 김영하]

“의료인의 그룹 사운드 활동은 신명도 풀고, 남도 돕는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의료진과 환자가 신나는 음악으로 함께 만나면 치료도 더 잘 될 겁니다.”

4일 오후 7시 제주시 연동의 반지하 연습실. 60여㎡의 연습실에 놓인 드럼과 건반악기·기타가 쉴 새 없이 멋진 사운드를 울리고 있었다.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제주시 한라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D5’의 멤버들. 이들이 뜻을 모은 것은 2007년 3월. “딱딱한 의학용어만 들이대기보단 음악을 통해 환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 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에서였다.

밴드 결성의 주동자는 박효원(43) 위장관외과 과장이었다. 2003년부터 이 병원에서 근무해온 박 과장은 대구 계명대 의대 재학시절 그룹사운드 동아리인 ‘힙선스’의 멤버로 보컬과 드럼을 맡은 경력이 있다. 마침 같은 대학 그룹사운드 2년 후배인 구자현(41) 혈관외과 과장이 2006년 말 이 병원에 들어오면서 그룹 사운드 결성에 시동이 걸렸다.

두 사람은 음악에 관심이 있는 다른 의사를 찾아내고 설득해 밴드를 결성했다. 대학시절 합창반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았던 김창염 안과 과장이 키보드 멤버로, 중·고교시절 학원을 다니며 클래식 기타를 만졌던 배진성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이 베이스 기타 멤버로 합류했다. 황준식 이비인후과 과장은 고교시절 합창단원으로 활동한 경력밖에 없었지만 “환자에게 더 편안한 방법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밴드에 합류했다.

밴드가 결성된 2007년 말 이들은 한 제약회사가 주관한 의사가요제에 출전했다. 불과 몇 주 동안 한주에 2~3회 정도 저녁시간 서로 음을 맞춰 본 정도였는데 덜컥 준우승을 했다. 리더인 박 과장은 “액수를 밝히긴 곤란하지만 상당히 두둑한 상금을 받았는데 주저 없이 심장병 어린이 수술기금으로 내놨다”고 밝혔다.

그 뒤 이들은 ‘가수 의사 겸 가수 의사’라는 재미난 별명을 얻었다. 병원 측에선 아예 연습실까지 얻어주고 “취미 이상의 활동을 한번 해보라”고 격려했다. 1년에 3~4차례씩 병원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여는 것은 물론, 외부공연도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의사만 참여했으나 지난해 초엔 간호사도 합류했다. 키보드가 필요했는데, 마침 병원에 갓 들어와 수술실에 근무하던 박선율(22) 간호사가 재주가 있어 멤버로 합류한 것이다.

박 과장은 “ 기회가 되면 경연대회 시상금이 아니라 정기 공연으로 생긴 수익금으로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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