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네티즌은 가라" 욕설·음란자 블랙리스트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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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얼마 전 인터넷 화상채팅을 즐기던 朴모(24.여)씨는 얼굴이 화끈거려 PC를 꺼버렸다. 상대방 金모(27.무직)씨가 카메라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하체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金씨는 채팅 상대에게 신체 부위를 노출하고 음란한 쪽지 보내기를 계속했다. 운영자로부터 여러 번 경고를 받고 ID도 삭제됐지만, 金씨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여러 개의 ID를 만든 뒤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휘젓고 다녔다.

이처럼 음란행위나 욕설을 일삼는 저질 네티즌을 인터넷으로부터 아예 격리하기 위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다.

오마이러브.아이미팅.씨엔조이.조이천사 등 4개 화상채팅업체는 '한국인터넷영상채팅협회(KACA)를 창립, 음란.욕설.해킹을 하는 불량 네티즌의 리스트를 공유해 이들의 등록을 거부하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들 4개사에 가입한 회원수는 모두 1천여만명으로, 전체 화상채팅 이용자의 95%에 달한다.

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오마이러브의 천두배 사장은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를 일부 네티즌이 악용해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들을 뿌리뽑기 위해 다른 업체들도 회원사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4개사는 ▶이달 중 실명제를 실시하고▶14세 미만 아동은 신규가입 때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며▶14세 이상은 어린이 채팅방 입장을 금지하고▶상습 불량이용자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여러 개의 ID를 만들어 쓰는 불량 이용자들은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업계의 이같은 공동대응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회상채팅에서의 욕설과 음란 행위 때문에 기업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오마이러브의 이영석 사이트관리팀장은 "음란.욕설 등으로 경고를 받는 방 개설자가 하루 1천5백여명, 강제 폐쇄되는 방도 50여개나 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화상채팅 사이트에 개설된 방 중에서 음란.욕설 관련 내용이 등장하는 낮에는 전체의 3~5%, 밤 12시~오전 2시에는 10~30%에 달한다.

강승수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얼마 전 원조교제를 한 사람의 명단을 공개한 것처럼 업체와 경찰이 협조해 저질 네티즌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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