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과 자진 폐과 결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진로 보장 등을 요구하며 정부당국과 마찰을 빚어온 경희.우석.원광대 등 전국 3개대 한약학과 학생 3백70여명과 교수들이 공동으로 자진 폐과(閉科)신청을 하기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전국 한약학과 학생대책위원회(회장 金在永.경희대 4년)는 "3개대 한약학과 재학생 전원이 교수들의 승인을 받아 소속대 총장에게 23일 폐과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수차례 관련 법 개정 요청에도 정부의 답변이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스스로 소속 학과의 폐과를 결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립대학의 폐과 결정은 총장의 권한으로, 학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경희대 학생회는 이날 오후 학생표결을 해 폐과 방침을 확정했고, 원광대와 우석대는 지난 19일 학생총회 표결과 함께 교수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김재영 한약학과 학생회장은 "현 법체제하에서는 대학 졸업을 하더라도 진로가 좁아 장래가 막막하다"며 "졸속정책의 희생양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폐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폐과 이후에도 정부가 아무런 대응이 없을 때는 단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우석대 한약학과 3학년 李모(33.여)씨는 "중앙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올해 초 편입했지만 진로가 막막하다"며 "재학생들도 현재 어쩔 수 없이 편입이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등 진로모색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광대 한약학과장 김형민(金炯珉)교수도 "지난달 다른 대학 교수들과 공동으로 보건복지부를 항의방문하는 등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폐과 결정에 동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약사협회와 한의사 협회 등 관련 단체들과 의견조율 중이지만 성과가 없다"며 "한약학과 문제는 한의학 의약분업과 밀접히 관련이 있는 등 각 단체간의 이익이 대립해 있어 현재로선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홍주연.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