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투명해야 할 수돗물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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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2일 낮 12시 서울시청 회견실.

서울시내 5개 지역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서울대 김상종(金相鍾.생명과학부)교수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수돗물은 안전하다"며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金교수가 신뢰성 없는 조사로 안전한 수돗물에 공연한 불신만 부채질하고 있다"며 "억울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金교수는 "문제는 조사의 신뢰도나 방법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으려는 서울시의 태도"라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감정까지 얽힌 양측의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1천만 서울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은 더 깊어가고 있다. 녹색연합 김타균 국장은 "서울시와 金교수는 우선 투명하게 공동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시와 金교수.시민단체 등은 1년2개월 전인 지난해 8월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국가공인 방식인 '총세포배양법'으로 시가 검사하고 대신 金교수측은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되는 '유전자 검색법'으로 하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환경보호청(EPA)이 지정한 미국 내 기관엔 두가지 방법을 모두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金교수측과 시민단체는 3개 기관(서울시.金교수.미국기관)이 모두 두가지 방법을 다해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측은 이같이 상반된 입장만 펴오다 지난 2월 이후에는 협의조차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단체 등에 여러 차례 제의했지만 답변이 없을 뿐더러 두가지 방법으로 모두 검사하면 예산 낭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시의 이런 입장에는 공공기관이 국가공인방식 외의 방식으로 검사하는 데 따른 부담을 우려한 환경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이날 서울시는 문제가 된 13곳 수돗물에 대한 공동조사를 金교수에게 제의하고, 다음달 중 전면적인 공동조사를 위한 회의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은 공무원과 학자의 자존심.양심싸움이 아닌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서울시가 밝힌 공동조사 방침에 1천만 시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김영훈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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