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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대백과' CD롬 출간한 이웅근 동방미디어 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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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학 정보를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찬)이 종이 사전에서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여섯 장의 CD롬과 한 장의 DVD로 동시에 출간된 이 '디지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공식 명칭은 EncyKorea)은 인터넷 시대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한 이정표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과사전 CD롬을 개발한 동방미디어의 이웅근(69)회장. 그는 이미 95년에 '조선왕조실록 한글 CD롬'을 내놔 한국은 물론 세계의 한국학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조선왕조실록 CD롬'의 간편한 검색기능 덕분에 많은 연구자들은 자료수집에 소비할 시간을 창조적 해석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공유를 통해 한국학 연구의 양과 질을 몇 단계 끌어올려 '한국학계 하나의 혁명'으로 간주되는 '조선왕조실록 CD롬'의 노하우를 이씨는 이번 디지털 백과사전에 쏟아 부었다고 밝혔다.

종이사전과 차별화되는 이번 CD롬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한 눈에 요리조리 살펴볼 수 있게 기획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문화재''백두대간 따라가기''북한의 이모저모''근현대사의 흐름' 등 별도의 항목에 모아놓은 각종 메뉴를 통해 손쉽게 종합검색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특히 기원전 200만년 전부터 1999년까지의 한국사를 정리한 연표에서 디지털 검색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연도별 검색은 물론 특정 연도의 정보를 정치.경제 등 분류별로 동시에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또 특정 단어를 클릭하면 그 단어와 관련된 역사적 상황을 연도별로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물론 CD롬 백과사전은 동영상과 음향도 제공한다. 이를테면 김구 관련 항목을 클릭하면 김구에 대한 설명과 사진은 물론이고 그의 생전 연설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작고한 대중가수 이난영씨를 클릭하면 사진.프로필과 함께 그의 대표곡 '목포의 눈물'을 들을 수 있다."동영상 5백 종과 음향 2백50종은 그것만으로도 다른 디지털 사전보다 많은 양이지만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이회장은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CD롬'을 개발했던 서울시스템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이씨는 서울시스템의 주식을 팔아 마련한 50억을 투입해 디지털 백과사전을 개발했다.

이씨는 "정부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면서 "기업 이윤을 추구해야 할 민간 사기업에는 위험스런 도전"이라고 고백한다.

'조선왕조실록 CD롬'이 불법 복제판의 범람으로 제대로 수익을 건지지 못한 채 IMF마저 겹쳐 부도를 경험하기도 했기에 "이번 CD롬엔 특별히 복제 방지에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씨는 무엇보다 "한국학 자료 전산화에 여생을 바치려는 소망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한국학 자료 전산화를 기획해온 그의 열정은 이번 CD롬 백과사전에 사용한 6만여 자의 한문 서체를 개발한 데서도 드러난다.

현재 공용되는 디지털 상의 한자 서비스가 1만자 내외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6만자를 개발한 것은 큰 성과다. 이 6만자는 앞으로 또 다른 한국학 데이터베이스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 등도 이미 CD롬화해 한국사 2천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씨는 지금 담배도 끊은 채 새로운 작업에 도전한다. 조선왕조실록 한문본을 CD롬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오자가 나지않아 교정이 필요없는 한문입력 시스템(일명 뿌리법)을 개발해 현재 조선시대 승정원일기 등의 데이터베이스작업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작업을 이씨 혼자서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씨는 "부도의 고통도 참고 함께 고생한 동료 연구원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는 구체화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1호 박사인 이씨는 59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설립 교수생활을 하다, 60년대 중반엔 정부의 외자도입심의위원을 역임했으며, 70년대엔 대기업의 그룹부회장격 기획조정실장을 맡기도 했다.

배영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CD롬 민족문화재 백과사전은…

CD롬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91년에 나온 총 27권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초판본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것은 아니다.

종이 사전을 편찬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초판본 이후 10년간 시대변화에 따라 내용을 보강.수정해 초판본보다 1만여 항목이 추가된 '개정증보판'이다. 개정판은 CD롬만 내고 종이사전은 따로 만들지 않는다.

특히 초판본에서 소홀히 했던 북한과 해외의 사회주의 관련 항목이 대거 추가됐다. 또 17세기 이전에 발간된 족보와 일제시대 친일파의 행적 등 새롭게 발굴한 자료와 연구성과도 선별해 수록했다.

CD롬의 7만여 항목엔 원고지 45만 장의 텍스트와 사진 4만 장, 지도도면 3천장, 대동여지도 1천 장,도표 2천 장 등이 들어있다.

현재 예약판매 중인 CD롬(DVD포함)의 가격은 정신문화연구원과 동방미디어의 협의를 거쳐 50만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입문의 02-521-8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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