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장애인 지팡이' 조성록 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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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봉을 쪼개 오갈 데 없는 장애인 30여명과 함께 살며 그들을 보살펴온 한 경찰관의 선행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광주경찰서 경무과 민원실에 근무하는 조성록(趙成錄.53)경사가 그다.

1974년 경찰에 투신한 그가 '장애인의 지팡이'가 된 것은 88년 광주경찰서로 부임,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으로 이사하면서다.

추석 같은 명절 때도 비상근무 때문에 고향(강원도 평창)의 부모를 찾지 못하는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그는 집 부근의 선교회 부설 정신장애인 보호소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떡 두말에 과일 두 상자,음료수 두 상자, 양말 50켤레를 들고 갔지요. 이후 틈 날 때마다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생활이 됐습니다."

趙경사는 96년 12월 집을 방 10개 규모로 증축하면서 장애인 16명을 집에 데려와 돌보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은 20대에서 60대 노인까지 32명의 장애인이 식구가 됐다.

가끔 이웃들이 찾아와 일손을 거들긴 하지만 趙경사와 부인(유일순.51).딸(영숙.28)등 세 사람이 이들의 식사.빨래.청소를 도맡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趙경사 가족에겐 이들에게 신앙심을 챙겨주는 것도 일이다.

만만찮게 들어가는 비용은 교회 등지에서 보태주는 돈으로 그럭저럭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이웃 심재범(沈載範.45)씨는 "격무에 바쁜 경찰관이면서도 장애인에게 헌신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받아 나도 종종 찾아가 돕고 있다"고 말한다.

趙경사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일부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

"대부분이 정신장애인이다 보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부 동네 사람들이 관공서에 음해성 투서를 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격려해줍니다."

趙경사는 지금 서울 송파구의 경찰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 15일 물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집 부근에서 지하수 파는 작업을 하다 5m 아래로 떨어져 양쪽 발목이 부러진 것.

18일 접합수술을 받은 그는 "4개월 정도 다리를 제대로 못쓴다는데 장애인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경찰의 날을 맞아 20일 그의 선행을 격려하는 표창과 함께 장애인들을 위한 성금을 보태기로 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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