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형사범 재판비용 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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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소송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판결을 했다.

서울지법 형사5단독 김대웅(金大雄)판사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河모(38)피고인에게 19일 벌금 1백만원을 선고하면서 '소송 비용도 피고인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에는 ▶증인.감정인.통역인.번역인.국선변호인의 일당.여비.숙박료▶감정료.통역료.번역료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河피고인은 앞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자신이 신청했던 증인 2명의 여비(1인당 2만5천원)까지 내야 한다.

金판사는 "민사재판에서는 패소한 측이 일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데도 범죄자에 대한 형사재판 비용을 모두 국민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부담시키는 근거=형사소송법(186조)은 '형(刑)을 선고할 때(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그러나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을 가혹하게 생각해 그동안 이같은 판결을 거의 하지 않았다.

◇ 외국 사례 및 법조계 반응=법원에 따르면 미국에선 마약사범에게 수강명령을 내리면서 수강료를 피고인이 내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도 피고인의 형사재판 비용 부담을 판결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법조인들은 "재판비용 부담은 불필요한 증인신청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특별한 경우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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