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용도변경 난개발 부추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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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방자치단체와 개발기관들의 토지 용도변경 남발이 두고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주민 이해는 아랑곳없이 용도변경을 밀어붙이는데다 지자체나 업자들의 이해관계까지 끼어들어 비리.의혹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제2의 수서 비리'로 확산되고 있는 분당 정자지구 도시설계 변경이 그 단적인 예로 성남시와 토지공사가 주민들의 이해를 무시하고 단행한 마구잡이 용도변경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런식 용도변경은 범위와 건수에서 차이가 있을 뿐 전국적 현상이어서 폐해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분당.일산 등 신도시에서 몸살이 심해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의 3만여평이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유통업무 설비시설에서 일반상업지구로 용도변경이 추진되는 등 5개 신도시에서만 현재 10여곳의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한다.

용도변경은 상당수가 당초 예정대로 토지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변칙적 조처다. 용도변경 그 자체가 토지의 평가를 달리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수반하고 여기에 개발업자의 이해가 겹쳐 잡음이 그치지 않는 데 문제가 크다.

신도시의 경우는 외환위기 이후 상업용지 등의 분양이 저조해지면서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겪은 토공과 주공이 적극 나서고 여기에 지방세 수입을 겨냥한 지자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일어나고 있다.

무분별한 건축허가의 결과가 난개발이라면 용도변경 또한 난개발의 중요 요인이다. 인구유입 증가에 따라 교육시설이나 교통에 과부하가 걸리고 환경훼손으로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온다. 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의 지난해 말 인구는 1백60여만명으로 당초 1백17여만명의 목표인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만큼 계획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어간다는 이야기다.

도시개발은 작든 크든 이해관계자들간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도시설계에 잦은 설계변경을 한다는 것은 계획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자체나 개발기관들은 이제부터라도 설계부터 철저히 하고 용도변경은 '예외를 최소화한다는 정신'아래 절차와 허용범위를 엄격히 제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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