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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연·장재훈씨 부부의 '마님-삼돌이'로 사는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마님>

이름:우지연

나이:32세

하는 일:국내 첫 여성 무협소설 작가

필명:진산(眞山)

<삼돌이>

이름:장재훈

나이:36세

하는 일:중견 무협소설 작가

필명:좌백(左栢)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님'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특히 미혼 여성들이)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마님이 될 수 있느냐고. 나는 갑자기 역사적 소명을 느꼈다. -_-; 그래서 이제 내가 마님이 된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

글을 쓴 주인공은 국내 첫 여류 무협소설 작가 우지연씨. 글 속에 등장하는 '삼돌이'는 역시 무협 작가인 남편 장재훈씨다. 이들을 만나 '마님과 삼돌이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어봤다.

# 마님이 되기 위한 첫번째 원칙-삼돌이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1995년 PC통신 하이텔의 무협소설 동호회인 '무림동'에서 처음 만났다. 우씨가 94년과 95년에 연속으로 무협소설 콘테스트에서 대상과 금상을 차지하며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것.

이때 그는 이미 중견작가로 활동하며 심사위원을 맡았던 장씨와 조우(遭遇)하게 된다. 이들은 97년 3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남편 장씨의 말."사실 진산(아내 필명)이나 나나 결혼할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나이 찬 남녀가 결혼하지 않으면 결국 헤어지게 되잖아요. 이 사람과 헤어져서는 정말 안될 것 같아 결혼하게 됐지요."

우씨는 일면식(一面識)만으로 장씨가 '삼돌이가 될 만한 재목'임을 알아 보았다고 한다.

"여자한테 쩔쩔매거나 책임감 없는 남자는 절대 삼돌이가 될 수 없어요. 시키기 전에 장작 패놓고, 마당에 물뿌려 깨끗이 비질해 놓는 삼돌이가 되려면 오히려 자존심이 강한 남자라야 합니다.정직한 사람이어야 하구요."

#마님이 되기 위한 두번째 원칙-남편보다 더 게을러야 한다□!

유치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가장 신경을 건드리는 문제는 가사 노동. 경기도의 2층 주택에서 4살짜리 아들, 우씨의 친정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이 부부는 남편인 장씨가 대부분의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처음엔 가사일을 반반씩 하는 게 너무 기계적이니 '그냥 치우고 싶은 사람이 치우자'고 했어요."

결혼 초 '설거지가 일척(一尺)이 쌓여도, 방바닥 먼지에 발자국이 찍혀도'초연함을 유지했던 우씨. 장씨는 결국 스스로 빗자루와 걸레를 들었다.

"장인.장모님이 애도 봐주고 집안일도 도와주기 때문에 일이 많지는 않아요. 요리의 경우엔 제가 취미가 있기도 하구요."

#마님이 되기 위한 세번째 원칙-공정하고 항상 옳아야 한다.

우씨는 결혼 생활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이해 없이 '마님'이 되고자 하는 여성은 자칫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 '삼월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결혼이라는 건 대체로 여자에게 불리한 계약이지만 알고보면 남자들도 불쌍해요.'가장'이라는 책임감이 평생 어깨를 짓누르거든요. 만약 '마님'으로 살고 싶다면 남편이 지는 책임을 나눠질 줄 알아야죠."

#'삼돌이'라면 우습게 보는 시선에 대한 남편 장씨의 생각은□

"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제가 '대가 약해서'삼돌이가 된 게 아니란 걸 압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아내에게서 기대하지 않는 것들을 진산으로부터 얻고 있어요. 진산은 나보다 이성적인 사람이라 제가 때때로 감정적인 판단을 내릴 땐 옳은 말을 해주죠. 또 진산과 있다보면 '내가 누구와 또 이렇게 즐겁게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죠."

◇ '마님이 되는 법'은 우지연씨 홈페이지의 '낙서장'(http://murimpia.com/zero4/zboard.php□id=essay)에서 볼 수 있다.

김현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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