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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오뎅·떡볶이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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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주머니가 가벼운 샐러리맨과 학생 등의 발길을 유혹하던 오뎅과 떡볶이가 서울시내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햄버거와 김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서민들의 입맛이 바뀐 게 아니라 서울시의 정책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보도상 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 가판대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국제행사 때마다 외관과 위생이 문제됐던 가판대를 내년 월드컵 전까지는 대부분 정비하겠다는 등의 취지에서다.

기존의 가판대는 전통 뒤주 모양의 구조물로 교체됐다.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대신 전기기구로 햄버거.샌드위치.핫도그.김밥 등을 덥혀 파는 것만 허용됐다.

이같은 조례를 어겨 두차례 시정명령을 받은 뒤 한차례 더 위반하면 가판대 허가가 취소된다. 서울시의 단속이 강화되자 상인들은 업종 전환에 나섰다.

서울 종로 1~3가 거리에는 10~20m마다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설치돼 있다. 두곳 중 한곳은 어김없이 햄버거를 팔고 있다. 2~3개월 전만 해도 떡볶이.오뎅은 물론이고 튀김과 닭꼬치가 시민들의 허기를 달래줬던 것과는 대비된다. 강남의 지하철역 부근이나 강북 대로변의 사정도 대부분 비슷하다.

종로1가 가판대에서 햄버거와 오뎅을 팔고 있는 李모(57.여)씨는 "찾는 사람이 많고 위생에 문제가 없는데 판매를 금지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 최인희(25.여.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씨는 "거리 음식도 관광 상품의 하나인데 서울 중심 거리에서 햄버거밖에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 건설행정과 정호섭(鄭虎燮)가로관리팀장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위생상 문제가 적은 품목만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2007년까지 4천여개에 이르는 가판대를 대폭 정비, 제대로 시설을 갖춘 음식 판매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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