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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경복궁 건물 ‘관월당’ 고국으로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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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관월당은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일(一)자형 한옥이다. [연합뉴스]

일본의 사찰에 있는 경복궁 전각 ‘관월당(觀月堂)’이 국내로 돌아온다. 불교 조계종은 25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제31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서 관월당을 국내로 귀환시키는 협약식을 체결한다. 관월당은 현재 일본 가나가와현 카마쿠라시의 사찰 고도쿠인(高德院)에서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월당은 조선 왕실에서 금융 담보로 조선척식은행에 제공했다. 조선척식은행이 야마이치증권에서 융자를 받으면서 답례로 넘겼고, 이후 야마이치증권 설립자인 스기노 키에시의 집으로 옮겨졌다가 1924년 고도쿠인에 기증됐다.

관월당의 존재는 문화재위원인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과 교수가 1997년 『일본을 걷는다』란 책을 내면서 알려졌다. 관월당에는 무량수각(無量壽閣)란 현판이 걸려 있고, ‘신미년 봄 3, 4월경 정학교가 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정학교(1832-1914)는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현판을 쓴 명필이다.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완료한 뒤인 1871년경 무량수각 현판을 썼으리라 추정된다.

김 교수는 “무량수각은 ‘무량수경을 담아두던 각이라는 뜻으로, 궁궐 내 사설 법당인 원당(願堂)으로 추정되나 현존하는 궁궐 도면에는 무량수각이나 관월당이란 이름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불숭유 정책에 따라 1777년 정조가 사설 법당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각의 정확한 위치나 용도는 알기 어려운 상태다.

문화재청과 불교계는 그 동안 관월당 환수를 위한 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조계종 총무원 심주완 문화재팀장은 “일본의 사찰에 한국 문화재가 많다”며 “30년 한일 불교 관계가 이뤄낸 이번 사례가 하나의 귀감이 되어 다른 문화재들을 돌려받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월당을 환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을 해체·이전·보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몇 차례 이전되는 과정에서 파손된 부분을 시멘트로 씌워놓은 상태다. 관월당 대신 법당으로 쓸 일본식 건물을 고도쿠인에 지어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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