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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기준 정하긴 했지만 … 노·사·정 ‘3각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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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조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타임오프)이 정해진 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재논의를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그룹은 노조에 타임오프 한도 이내로 전임자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필요하면 노조의 파업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힘 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임오프 한도를 고시하면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 시한을 넘긴 만큼 근로시간면제위원회(근면위)의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근면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법원에 근면위 결의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융노조는 3일 저녁 한국노총 임원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을 적용하면 기아차와 GM대우차, 현대차 지부의 유급 노조전임자가 대폭 줄어든다”며 “결국 금속노조를 겨냥해 무력화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다음 달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국회 환노위는 6일 오후 2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출석시켜 법적 효력에 대해 추궁하고 재논의를 촉구할 예정이다. 임 장관은 이에 앞서 2~3일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근면위의 결정은 회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선 중소기업중앙회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중소기업에 전임자 비용 부담을 지속시키고 나아가 추가 부담을 유발하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노조전임자가 없는 중소사업장에도 전임자를 둬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말이다.

◆현대기아차 “파업 감수”=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우선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인 기아차 노조에 타임오프 한도 이내로 전임자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기아차 노조와의 협상은 타임오프 적용과 관련된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밀리면 전체 경영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기아차의 협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아차 협상이 타임오프 적용 과정에서 각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근면위가 정한 타임오프 한도를 10일께 관보에 고시하고, 적용지침을 만들어 전국 노동관서에 배포키로 했다.

김기찬 기자

◆타임오프 한도=노조전임자가 회사로부터 일한 것으로 인정받아 임금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따라 전임자 수가 정해진다. 근면위는 지난 1일 새벽 조합원이 50인 미만인 사업장에는 0.5명, 1만5000명 이상인 사업장에는 최대 24명까지 전임자를 둘 수 있는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제도가 시행되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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