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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탄생 5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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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제퇴계학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7차 퇴계학국제학술회의가 '퇴계의 삶과 철학, 그리고 세계화 미래'를 주제로 15~16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퇴계 탄생 5백주년'을 기념한 이 학술대회에는 국내 전문가는 물론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두웨이밍(杜維明) 소장, 일본 쓰쿠바대 다카하시 스스무(高橋進) 명예교수, 중국 창춘(長春)중의학원 수이뎬쥔(隋殿軍)원장 등 해외의 권위자들이 참석해 날로 발전하는 퇴계학의 수준을 반영했다. 행사는 퇴계의 삶과 철학, 문학과 경학(經學), 사유체계와 인간.자연 등으로 소주제를 나눈 뒤 발표와 논평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동양학의 세계적 포교사'로서 퇴계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한 바 있는 두웨이밍 교수의 기조강연이었다. 두웨이밍은 '이퇴계의 지성적 자기정의(自己定義)'라는 제목의 글에서 퇴계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자신의 지성적 위치를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58세 때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자성록(自省錄)』을 근거로 퇴계의 철학적 위상을 살펴본 이 글에서 그는 "58세 때 퇴계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 공자의 가르침을 완전히 체득하고 있었으며, 이미 외경심을 가지고 주자학 전통을 배경으로 하는 해석학적 학문의 최고 정점을 향해 등정을 시작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두웨이밍 교수는 무엇보다 퇴계가 『심경(心經)』에 심취한 일과 당시 중국에서 유행했던 양명학의 시대적 영향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주자 사상을 고수하는 퇴계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담론들도 천착해야 했다"면서 "퇴계는 주자의 주장들이 옳음을 단순하게 주장할 수는 없었고, 주자의 주장들이 옳다는 것을 논증과 설득을 사용해 보여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점이 퇴계를 주자철학의 '독창적 해석가'로 규정하는 이유이며,이러한 자신의 지성적 위치를 자각하고 있었기에 퇴계는 70세로 타계하기까지 주자학의 수동적 수용이 아닌 비판적 분석을 사단칠정(四端七情)논쟁 등을 통해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고 그는 풀이했다.

발표된 논문들은 대체로 퇴계의 삶과 철학이 이 시대에 어떻게 새로이 해석될 수 있는지에 모아졌다. 윤사순(고려대)교수의 '퇴계의 이기론(理氣論)과 현대사회', 양승무(중앙대)교수의 '퇴계의 경(敬)철학과 현대사회', 이기동(성균관대)교수의 '퇴계학과 21세기', 오가와 하루히사(일본 니쇼가쿠샤대)교수의 '이퇴계의 리(理)와 인식론의 현대적 응용' 등이 모두 전통철학의 현대화를 조심스럽게 모색한 글들이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중국측 학자들이 퇴계와 동양 의학의 연관성을 고찰해 본 것이었다. 창춘중의학원 소속 중국 학자들이 쓴 '이퇴계선생의 철학사상과 중의학(中醫學)' '퇴계 시(詩)를 통해 본 이황의 양생관(養生觀)' '퇴계의 변증법적 사유와 중의학(中醫學)' 등 논문은 기존의 문사철(文史哲)에 한정된 퇴계학 연구와 다른 새로움이 돋보였다.

정재왈.배영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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