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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요즘 문화부 차관도 표 사서 봐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요즘 김명곤 국립극장장은 희색이 만면하다. 남산골 장충동에서 올려다본 짙푸른 가을하늘을 닮았다고나 할까.

이유는 '장사'가 너무나 잘 되기 때문이다. 후반기 들어 올리는 공연 족족 관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9월이후 공연작들의 객석점유율을 보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동화 '심청아 나와 놀자'는 87%, 국립극단의 '햄릿'은 98%, 국립창극단 등의 연합무대인 창극 '논개'는 68%, 그리고 해외초청작인 프랑스 태양극단의 '제방의 북소리'는 1백%였다.

50%대인 예년 평균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결과다. 자연히 이 작품들의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도 높아져 70%를 육박했다. 올 상반기 평균 30%대에 비하면 이 또한 월등히 높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 민간위탁 형태로 전환한 국립극장은 점차 순항의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호시절이니 이 참에 국립극장에 제안 하나를 할까 한다. '국립'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공연마다 더 이상 공짜표(초대권)를 안뿌린다는 '자정(自淨)선언'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방의 북소리'공연에는 거의 초대권이 없었다. 그래도 회당 6백석 총 7회 4천여석이 만원이었다. 이런 배짱을 부린 데는 '세계 최고의 연극'이라는 자신감이 한몫을 했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국립극장의 이런 행동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손님이 없을 것 같은 공연에는 초대권을 돌리더니, 돈 될 것 같자 이를 없앴다"는 식의 '형평성'논란 말이다. 기자는 초대권에 익숙한 관객들로부터 "국립극장이 얄팍한 수를 썼다"는 식의 푸념도 들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초지종이 어떻듯 초대권없는 공연은 백번 잘 한 일이다.'예술도 돈을 내어 사는 상품'이라는 상식의 회복이야말로 문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이 명실상부하게 민간위탁 경영의 모델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제도부터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

다행히 초대권 '고객' 가운데 하나였던 관(官)도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립극장 한 관계자의 말."요즘 문화부 차관께서도 표를 사서 보세요."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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