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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즐기듯 보는 누드크로키 시연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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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관객, 모델이 함께 참여하는 '누드크로키 시연회'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지난 달 28일 홍대의 카페 ‘행복확대 재생산’에서는 누드를 그리는 화가를 포함해 10여 명의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제3회 누드크로키 시연회가 개최됐다. 낯선 풍경이지만, 매주 수요일 예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퀘스천데이’ 행사의 하나다. 이날이 되면 가위춤, 모노드라마 등 공연과 함께 누드크로키를 그리는 시연회가 번갈아 열린다.

“신이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 누드를 그리는 것은 예술행위입니다. 은폐된 곳에서 누드크로키를 그리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퍼포먼스를 기획한 권노해만씨는 예술행위로써 누드를 그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크로키를 그릴수도 있고, 그리는 모습을 지켜만 봐도 된다. 이를테면 누드크로키 '공연'인 셈이다. 2만원의 입장료를 낸 관객들은 간단한 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연회를 즐겼다. 시연회에 참석한 이상은(여, 40세)씨는 “낯선 남자의 누드를 처음 봤을 때는 이질적이고 생소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화가겸 행위예술가인 시온칸(본명 배희권)씨는 “신이 인간의 가슴 속에 ‘성’을 심어놓은 것은 영속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라며, “가장 아름다우며 원초적인 성, 누드를 그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공개된 장소에서 누드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만만치 않았다. 2003년 1월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는 신제품 요구르트 홍보를 위해 모델들이 몸에 요구르트를 바르며 공연을 했다. 이 공연이 논란이 되자 공연기획자는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법무법인 한림의 오훈 변호사는 “상업적인 이득을 얻으려 음란행위를 했거나, 직접적인 성행위, 유사성행위, 성행위를 암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지만 예술적인 측면에서 퍼포먼스를 했다면,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누드크로키를 작품으로 그린 경우는 예술”이지만, “누드를 그린 작품이 아닌 그 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예술행위인가 하는 문제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정록, 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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