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법 언론자유 침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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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위대법 개정안에 포괄적인 '방위비밀 준수'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14일 알려져 일본 내에 언론자유 침해우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방위청이 비밀준수 조항을 신설한 뒤 이를 이용해 무리한 방위력 증강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 '방위비밀' 조항 신설=현행 자위대법에는 자위대원의 비밀엄수만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 자위대법에는 '방위비밀' 조항이 신설된다.

이 조항은 자위대 운용부터 군사관련 시설설계까지 10개 항목에 걸친 비밀을 규정하고 있어 방위청 장관은 이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방위비밀의 범위를 정한다.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할 경우 방위청 및 관련부처 공무원.방위산업 민간기업 종사자 등은 5년 이하 징역을, 정보유출을 교사(敎唆)한 언론인은 3년 이하 징역을 살게 된다.

◇ 미국도 권유=일본 정부는 1985년 방위.외교비밀을 보호하는 '국가비밀법안'을 만들었으나 야당.언론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에 정보를 유출한 해상자위대 간부가 징역 10개월의 판결을 받는 데 그치자 정보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미국도 "미.일동맹 강화를 위해선 일본이 신법 제정 등을 통해 정보보호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 일본 정부를 고무시키고 있다.

◇ 악용 가능성 커=문제는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방위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군사평론가 아오키 요시토모(靑木謙知)는 "방위청 간부가 취재에 응하지 않게 돼 방위문제를 알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청 관계자도 "언론이 방위비밀 정보를 보도할 경우 정보제공자.취재기자가 교사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독자취재한 내용을 총리 등에게 확인하는 작업도 어려워지게 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88년 잠수함작전센터 건설 때 방위청이 작전과 무관한 단순 평면도까지 비밀로 취급하다 소송에서 졌다"며 "사소한 것도 숨기려는 방위청의 성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한 마찰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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