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불붙은 축구열기 들뜬 中대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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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2002 한.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중국과 카타르의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 중국의 선양은 마치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한 직후의 파리시내 같았다.

서울의 대학로쯤 되는 '청년대가(靑年大街)'는 경기 시작 세시간 전인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축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로 걸어다니기조차 힘들었다. 오성홍기와 축구공 모양을 얼굴에 새긴 축구팬 '치우미(球迷)'들은 연신 뿔나팔을 불어댔고 북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경기가 열린 울리헤 스타디움은 경기 한시간 전 이미 6만5천석의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가장 싼 E석 입장권 가격이 2백20위안(약 4만원). 이곳 중산층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7백위안 정도임을 감안할 때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지만 입장권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금세 동났고, 며칠 전부터는 2천위안(약 33만원)짜리 암표가 나돌았다고 현지 축구팬들이 전했다.

경기장엔 '선양에서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렸고, 대형 걸개그림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사진이 관중석 곳곳에서 춤을 췄다.

영화 '붉은 수수밭'에서 전장에 나가기 전 고량주를 한 바가지씩 마시며 전의를 다지는 전사들처럼 중국선수들과 관중들이 한 목소리가 돼 비장하게 중국 국가를 합창한 직후 시작된 경기는 중국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덜하겠지 싶었지만 그건 중국 축구팬들을 잘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경기 내내 아들과 함께 일어서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한 축구팬에게 "중국의 축구인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자 "축구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함성에 멍멍해진 귀로 느껴지는 중국의 축구 열기는 월드컵 개최국이면서도 프로축구 경기장의 관중석이 썰렁한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부럽기 짝이 없었다.

선양=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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