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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갈라진 미국에 화합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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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을 절반으로 갈라놓았던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을 말끔히 씻어내고, 화합의 문을 연 행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열렸다.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8년 재임(1993년 1월~2001년 1월) 기간 중에 남긴 기록.업적을 전시하는 '윌리엄 J 클린턴 대통령 센터'의 개관식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클린턴의 초청에 조지 부시 대통령(공화당)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 지미 카터 전 대통령(민주당) 등 전.현직 대통령 3명이 흔쾌히 찾아가 축하했다.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91세의 제럴드 포드만이 건강 때문에 불참했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3만여명 앞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은 정당.이념의 갈등을 넘어 서로를 덕담으로 치켜세웠다. 클린턴은 먼저 부시의 재선을 축하한 뒤 선거로 갈라진 미국의 단결을 강조했다. 또"자신이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모두 좋아하는 유일한 미국인일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인물이고 단지 세상을 다르게 볼 뿐"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은 위대한 열정을 지닌 개혁가이자 정책 연구자로 미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애정을 갖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고 칭송했다. 또 "'클린턴이 타이타닉호였다면 빙산에 가라앉기보다는 거꾸로 빙산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나갔을 것'이란 이야기를 클린턴 참모들이 했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92년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던 아버지 부시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클린턴의 상징"이라며 "미래 세대는 그에게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터는 아버지 부시를 가리켜 "평생을 나라에 봉사한 분"이라며 "세계는 지금 두 민주당원과 두 공화당원이 한 자리에 선 귀중한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터는 8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대통령 후보), 아버지 부시(부통령 후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부인들도 인상적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아버지 부시의 부인 바버라 부시는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와 로절린 카터 여사에게 먼저 단상에 오르도록 양보했다. 부시 대통령의 우산은 클린턴의 딸 첼시가 받쳐들었다. 이들은 대형 천막 안에서 점심을 함께하면서 농담과 웃음을 나눠 대선으로 분열된 국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클린턴의 고향인 리틀록 아칸소 강변의 대지 1만3935㎡ 위에 세워진 센터의 도서관.전시실.연구실 등에는 문서 7600만장, 사진 200만점, 애장품인 색소폰 등 각종 전시물 7500점 등이 전시돼 일반에게 공개됐다. 미국에서 문을 연 12번째 전임 대통령 센터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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