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가 싸거나 운용사가 역량을 집중해 굴리는 대표펀드, 중소형이거나 인덱스…’.
우리투자증권이 펀드 환매 사태에도 오히려 돈이 들어온 펀드를 분석해 찾은 키워드다. 지난달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9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이탈세가 거셌다. 하지만 똑똑한 투자자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가져다줄 펀드를 찾아 조용히 움직였다.
①비용에 민감해지다=수수료는 고정 비용이다. 대신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불확실하다. 얼마나 벌지도 모르면서 비싼 수수료를 내는 것은 효과적인 투자라고 하기 힘들다. 현명해진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싼 온라인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찾았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온라인 전용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0개(4300억원 규모)다. 지난해 4월(116개) 이후 1년 만에 84개가 늘었다. 온라인 펀드의 인기 비결은 투자 상담 없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일반 펀드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다. 온라인 펀드의 평균 보수는 1.47%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 보수(평균 1.67%)에 비해 낮다. 게다가 대부분의 온라인 펀드는 선취 수수료가 없다. 평균 수수료가 0.5% 수준인 ETF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②운용사 대표펀드를 찾아라=투자자들은 운용사가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굴리는 펀드를 선호했다. 그중 하나가 이름을 바꾸고 운용사의 대표 펀드로 다시 태어난 ‘개명’펀드다. 삼성스트라이크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밀레니엄드래곤승천’ 펀드의 이름을 ‘삼성스트라이크’로 바꾼 뒤 지난해 8월 110억원에 불과하던 설정액이 최근 2046억원대로 늘었다. 이름을 바꾼 뒤 최근까지 수익률도 15%에 이른다. 규모는 작지만 소형 펀드라도 심혈을 기울여 굴려주는 소형운용사의 펀드도 인기였다. 트러스톤칭기스칸 펀드를 운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에 올 들어 1200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③작은 것이 아름답다=대형 펀드는 무겁다. 시장의 변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바꾸기가 어렵다. 주식을 사고팔 때 주가가 출렁일 수 있어 원하는 만큼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요즘처럼 환매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그 때문에 다시 환매가 이어지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반면 운용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펀드는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종목을 민첩하게 바꾼 덕에 시장이나 다른 펀드를 앞서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마이에셋과 에셋플러스, LS자산운용 등 500억원 미만의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의 1년 수익률이 40∼60%대에 이르며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④지수를 따라가라=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초과 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펀드는 등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이런 장세에선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ETF가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ETF 순자산총액은 4조8115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7%(1조221억원) 늘어났다. 우리투자증권 문수현 연구원은 “올 들어 지수를 추적하는 ETF의 평균 수익률(2.48%)이 액티브 펀드 수익률(1.53%)을 앞지르며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