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한국에 유학간 중국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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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연세대보다 '쪼금' 못하다는 그 서울대 맞습니까?"

장내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서울대에서의 특강은 그렇게 시작했다.

"난 2주 만에 오늘 처음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중국에 있으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혹시 내가 영어를 헤매면 여러분이 유창한 한국어로 질문해 주십시오." 그랬더니 그 자리에 있는 한 40퍼센트 정도되는 외국학생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맨 앞줄에 앉은 미국학생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서툰 한국어로 말해서 학생들이 더 낄낄대고 웃었다.
중국에 대한 특강을 마치자, 대개 그렇듯이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중국학생들이 몇몇 다가왔다. 이들은 내게 한국에 있는 중국학생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중국을 잘 몰라요."

한국에 있는 중국유학생들에게 가장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에는 일부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공산주의'국가라고 체제의 특성을 얕보는 것을 비롯한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2년전 베이징에서 열린 한 한중포럼에서는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한 중국학자가 "한국인 교수와 같이 수박을 먹다가 '중국에도 수박이 있느냐?'고 물어서 무척 황당했다"는 일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한 중국인은 "한국사람들이 대놓고 표시는 하지 않지만, 중국이 강대국으로 비쳐짐에 따라 은근히 경계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한 중국학생은 3.14 티벳사태 때 한국언론이 주로 서구의 시각대로 그 사건을 보도한 것을 심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 카레이서이자 빠링허우(80後)의 대표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한한(韓寒)이 한국인이다'라는 소문에 대해서, 한국에서 만나본 중국 유학생들은 이것이 중국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이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이제 이런 소문이 나오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가짜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같이 즐깁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엉뚱한 곳에 푸는 효과도 있죠." 한 중국유학생의 설명이었다.

자유기고가=써니 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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