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JP의 집념과 흘러간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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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JP(김종필)가 어제 자민련 총재로 복귀한 현장은 3金정치의 끝이 어디인지, 대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놓고 여러 관측과 상념을 낳게 한다.자민련 전당대회 분위기는 DJP 공동정권 붕괴로 홀로서기에 나선 JP의 재기 집념으로 차 있다.

그러나 그가 꺼낸 카드와 구호는 국민으로선 지겹게 보아온 것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 제3당으로서의 틈새전략, 지역감정 의존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 초기 YS가 쿠데타라고 5.16을 평가절하할 때 JP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1995년 민자당에서 밀려나 자민련을 만들면서 朴전대통령의 치적을 창당 이미지로 팔았다. DJP 공동정권에 들어와 그는 '박정희 기념관'건립 문제에 단호하게 나서지 않았다.

때문에 JP의 행태는 정치적 곤경에 처할 때면 朴전대통령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써먹는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는 최근 YS와 만나 보수 신당의 연기를 피워올리고 "정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의 양당체제를 깨기 위해선 정국 장래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높이는 게 틈새전략이다. 여기에다 "자민련의 뿌리가 대구에 있다""대선에선 충청도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역감정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런 낡은 정치9단식 수법에 국민은 지쳐 있다. JP의 행태가 낯익은 곡예정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YS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YS의 모습은 정치원로로서 따끔한 국정 훈수와 여론을 이끄는 경륜있는 목소리다. YS와 JP의 제휴는 명분없이 실리만 찾아다니는 3金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로 비춰진다.

두 사람의 공간은 역설적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만들어 주고 있다. 표류.혼선에서 허덕이는 DJ의 국정운영, 대안.포용력이 부족한 李총재의 정국관리 방식이 '반(反)DJ.비(非)이회창'노선을 다지게 해준다. 그렇다고 흘러간 옛노래를 다시 틀어대는 3金정치를 국민이 다시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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