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택시 영수증 발급기 설치 왜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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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시가 택시 요금을 인상하면서 택시에 영수증 발급기와 동시통역용 핸즈프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10월 말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20만원의 과징금을 매긴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터기와 연동돼 승차 시간과 승차 거리가 기록되는 영수증 발급기를 서울시가 굳이 고집하는 데 있다. 영수증을 발급하려면 간이 세금계산서를 이용하면 된다. 또 미터기와 연동되지 않는 기기는 한 대에 3만~4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요구하는 영수증 발급기는 14만~15만원이나 한다. 거기다가 사용한 지 5년이 넘은 미터기는 구형이어서 발급기와 연동되지 않아 미터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 경우에는 45만~50만원이 든다.

하루 14~16시간씩 일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개인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이 돈은 모두 운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며 서울시에서는 한푼도 지원해 주지 않는다. 서울의 개인택시가 4만7천대, 법인택시가 2만3천대인 점을 감안하면 영수증 발급기를 새로 설치하는 데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자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4년간 동결한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조건으로 일방적인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택시 운전자들이 공감하는 택시 행정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종규.서울개인택시사업조합 노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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