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육군 32사단 화학지원대 장병들이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청양군 정산면 충남 축산기술연구소 진입로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방역초소 안쪽의 축산기술연구소 에서는 직원 19명이 총동원돼 굴착기를 동원한 가운데 살 처분작업을 하고 있다. 전날 살 처분을 시작해 이날까지 사육 중인 돼지 1223마리, 한우 303마리, 칡소 14마리 등 1549마리를 모두 묻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축산기술연구소 이기우 기술지원 담당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69년 동안 충남지역 축산 연구의 메카 역할을 해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충남도 산하 축산기술연구소는 1941년 설립돼 한우·돼지 품종 개량과 정자 생산(돼지)을 해왔다. 축산 기술을 개발하고 축산·바이오 분야 연구도 담당하고 있다. 충남 축산기술연구소 송석오 소장은 “전국 9개 광역단체에 축산기술연구소가 있는데 충남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중간 그룹”이라고 말했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지난 한 해 7000마리(4900만원어치)분의 돼지 수정용 정자를 충남 도내 농가에 팔았다. 송아지 80마리(1억6000만원)와 새끼돼지 2160마리(2억1600만원)를 농민들에게 분양했다. 축산기술연구소가 정상화하려면 최소한 4년이 필요하다. 정부가 구제역 종식을 공식 선언하는 데 약 1년이 걸린다. 이어 가축을 새로 구입해 품종 등록하는 데 3년은 족히 소요된다.
청양 지역 축산농민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도 방역에 구멍이 뚫렸는데 농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해했다.
한편 구제역 확산으로 어린이날을 앞둔 동물원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동물원은 구제역 감염이 우려되는 우제류(발굽이 두 개인 동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에버랜드 동물원 김양범 수의사는 “돼지와 소는 물론이고 양·낙타·라마·기린 등은 전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리 동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김방현 기자, 서울=권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