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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늑장판결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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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형량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현역의원들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늦어지면서 장기간 의원직을 유지하거나 자진사퇴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현역의원의 경우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본인에 대해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배우자.선거사무장 등이 집행유예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에는 또 선거법 위반사건 재판 1심 판결은 검찰이 기소한 지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 있은 지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토록 하는 강제규정도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항소심 판결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김호일(金浩一ㆍ경남 마산 합포)의원과 민주당 장성민(張誠珉ㆍ서울 금천)의원에 대해선 7일 현재 대법원 판결 날짜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이 늦어짐에 따라 최돈웅(崔燉雄.강원도 강릉)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 전에 의원직을 자진사퇴한 뒤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崔전의원의 경우 회계책임자의 항소심 형량(집행유예)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먼저 당선됐던 선거구(강릉)에서 실시되는 16대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재선거는 대법원이 특정 선거구에 대해 선거무효, 혹은 당선자에 대해 당선무효 판결을 했을 때 새로 당선자를 뽑기 위한 선거다.

결국 崔전의원은 자신의 회계책임자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경우 강릉 선거구 재선거 출마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지자 대법원 판결 전에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해 강릉선거구 국회의원을 궐위 상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25일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한편 崔전의원의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편법시비가 있었으나 중앙선관위는 25일 실시될 16대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9일 이전에 대법원이 崔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확정짓지 않을 경우 보궐선거 출마 자격이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이에 따라 崔전의원의 편법출마는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을 법정 시한 내에 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崔전의원 회계책임자 사건 등에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유감" 이라며 "그러나 판결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항소심 재판기록이 늦게 도착하는 등 실무상 이유 때문이지 결코 정치적 의도는 없다" 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 3월 선거사범 전담재판부 회의에서 "선거사범 재판을 선거법이 규정한 기간 안에 마친다" 는 선거재판 시행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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