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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음악업계 '원스톱 쇼핑'제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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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르면 7년 안에 디지털 음악시장이 아날로그 음악시장을 추월할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콘텐트 국제전시회 '디콘 2004' 참석차 방한한 EMI뮤직의 테드 코헨 수석부사장의 말이다. 테이프와 CD로 대변되던 음악시장이 인터넷을 통한 음악의 디지털화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원하는 음악을 듣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음악 재생이 가능한 휴대전화까지 등장했다. 국내 인터넷 음악 서비스는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등 한동안 가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으나 대부분 무료였다는 점에서 음악산업 전체의 발전에 역행한 면이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디지털 문화 인프라를 자랑하는 한국의 음악산업이 유료서비스 모델의 미정착과 소비자들의 불법복제에 속수무책이다. 인터넷 음악을 아무런 대가 없이 즐기는 소비자들의 도덕 불감증이 한국의 디지털 콘텐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최근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음악의 불법 복제시장이 4400억원에 달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호황기였던 1990년대 말 오프라인 음반산업의 규모보다 큰 것이다.

다행히 소리바다와 벅스뮤직이 유료화를 선언했고, LG텔레콤의 MP3폰 분쟁도 타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한 지난 9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05년 1월 발효되는 것도 고무적이다. 개정안은 가수와 저작인접권자에게 포괄적 전송권을 부여함으로써 해당 권리자의 사전 승인 없이는 인터넷 음악 사이트를 통한 전송행위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된다. 즉 유료화에 걸림돌이 되었던 불법 음악 서비스에 대한 법적인 규제를 통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음악업계가 유료화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음악 소비자를 위한 포괄적인 음원의 제공과 음원 공급자를 위한 빌링(billing) 시스템의 확립이 그것이다.

디지털 음악 소비자는 가능한한 편리하고 합법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한다. 만약 음반사들이 음원을 독점함으로써 소비자가 여러 개의 사이트에 동시에 가입해야만 원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다면 이들은 다시 P2P,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 등에서 무료 음악을 이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튠스 서비스를 통해 미국 내 온라인 음악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5대 메이저 음반사의 풍부한 음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원스톱 쇼핑"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과제는 저작권에 대한 정산시스템의 확립이다. 저작권.실연권 및 저작인접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정산 시스템이 투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음악업계는 유통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앨범의 시기별.포맷별 판매수량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음악 서비스 제공업체의 정산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는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

오정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