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아프간에 3억달러 지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앞두고 집권 탈레반과 국민을 분리하는 양면작전에 돌입했다.

항공기 돌진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는 탈레반은 군사공격으로 대응하지만, 굶주림.전쟁에 지친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겐 인도적 차원에서 대규모 원조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미국이 '채찍과 당근' 을 동시에 꺼내든 것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이슬람권이나 테러와 무관한 양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탈레반에 대한 응징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외적인 명분과 아랍권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친구, 탈레반이 적=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3억2천만달러(약 4천1백60억원)의 긴급 원조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무부 방문 연설에서 "원조자금은 20년동안 전쟁을 겪으며 삶을 유린당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위해 쓰일 것" 이라며 "미국은 테러 배후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그들의 지배 아래 고통 받는 국민을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우선 1억9천5백만달러를 투입, 미국의 보복공격을 피해 국경지대로 피난 중인 난민들에게 식량.의약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우리의 친구이며, 테러세력을 비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이 적"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지니고 있지 않다" 며 강경대응 방침을 재천명했다.

ABC.CNN 방송 등은 미국이 공격목표를 탈레반으로 특정한 것은 아랍권의 지지를 얻으려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동.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뒤 한발 물러설 경우 보복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신들은 아예 초반부터 대테러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공항.군사시설 등의 지원도 어렵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 식량공수 문제 없나=미 국방부는 항공기.트럭 등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과 인접국의 난민 캠프에 식량.의약품을 실어 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곡물.야채가 주재료인 음식물은 별도의 조리기구가 필요 없는 군용식량(MRE)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탈레반의 지대공 미사일을 피해 지원용품이 안전하게 도착할지는 미지수다.

올들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1억7천4백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물품 중 상당수는 탈레반이 중간에서 가로챈 뒤 군수용품으로 저장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