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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빈 라덴은 똑같은 사람" 독일 앵커 주장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독일의 유명 뉴스 앵커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의 사고방식이 같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은 공영 제1 ARD방송의 오후 10시30분 종합뉴스 '타게스테멘' 의 진행자인 울리히 비커르트(59).

그는 시사주간 '막스' 지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가 살인자나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빈 라덴과 사고방식이 똑같다. 협량(狹量)하다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이 이번 테러의 근본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빈 라덴은 미국 대통령의 어두운 '도펠겡거(동일인으로 동시에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사람, 제2의 자아)' " 라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말을 인용, 이같이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당장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특히 보수 우익진영은 즉각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는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커르트는 공영방송의 뉴스진행자로서 자격이 없다" 며 사임을 요구했다.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비커르트는 3일 밤 타게스테멘을 통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이 주장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4일 "사과만으로는 미흡하다" 며 계속 그의 사임을 주장했다.

특히 기사당은 "비커르트가 공영방송 앵커로서 이같이 발언한 것은 독일의 국위를 손상하는 행위" 라며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ARD방송측은 "비커르트가 '장난기 있는' 내용을 기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공식 사과를 한 만큼 문제가 해결됐다" 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임 압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용기 있다. 공영방송에 이런 언론인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며 비커르트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과 "아무리 그래도 부시와 빈 라덴을 동격으로 비교한 것은 지나쳤다" 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대체로 진보 좌파가 전자이며, 보수 우파가 후자다.

워싱턴과 파리 특파원을 역임한 기자 출신으로 1991년부터 '타게스테멘' 을 진행하고 있는 비커르트는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열세권의 저서를 출판했을 정도로 학구파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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