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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햇살 부서지는 거실에 누워, 엄마 무릎 베고 책읽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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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 시큰둥이의 학교생활
송언 글, 최정인 그림
웅진주니어
128쪽, 8000원

저자는 주인공 ‘오 시큰둥이’를 두고 “잠수함의 토끼”같은 존재라고 했다. 옛날 구식 잠수함에 태웠다는 토끼. 토끼는 잠수함 내부에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수압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예민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토끼가 비실거리면 잠수함이 위험을 감지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단다. 귀하고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시큰둥이는 그런 대접을 못 받는다. 선생님 몰래 사물함 뚜껑을 다 뒤집어 놓고, 선생님 엉덩이에 똥침을 놓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쫓겨나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정글짐에서 혼자 놀고 있으니, 문제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큰둥이에겐 학교가 재미없다. 학교에 오면 심심해 죽겠다. “학원에서 다 배운 것”이라 더 지루했다.

초등 현직 교사인 저자는 “오 시큰둥이가 답답해하면 그건 잠수함인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잠수함과 달리 학교는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도리어 토끼더러 왜 적응을 못하냐며 구박하는 게 현실이다.

시큰둥이의 눈높이에서 보니 학교생활이란 게 참 따분하다. 교과서에 눈과 코를 처박고 있어야 하는 수업시간이며,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를 적어야 하는 받아쓰기 시험이며, 길게 한 줄로 늘어서 갖가지 식물을 구경해야 하는 소풍까지, 뭐 하나 기다려지는 시간이 없겠다. 하지만 학교는 이 모든 따분한 시간을 잘 참고 견디는 순종 형 학생만 칭찬하고 좋아한다. 매일 말썽인 시큰둥이는 결국 ‘대장’자리에 앉게 됐다. 선생님 바로 옆 자리다. 장난을 치면 바로 들킨다. 하루에 열두 번씩 ‘엎드려 뻗쳐’ 벌을 받으면서 시큰둥이는 서서히 풀이 죽기 시작했다. 드디어 수업 분위기가 잡힌 셈인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시큰둥이 반 아이들이 햇볕 못 받은 시금치처럼 시들시들 시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가 재미없다며 툴툴대는 아이들도 하나 둘 늘어났다. 다른 아이들도 시큰둥이의 말썽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숨통이 트였던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서일까. 이야기는 판타지로 마무리됐다. 그래도 바늘 구멍만한 희망은 남겨놨다. 친구 김 뚱보를 사귀면서 시큰둥이의 학교생활에도 재미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와 부모는 끝까지 자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전하고 싶어한 메시지,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원래 장난꾸러기”라는 깨달음은 이제 아이들 어깨너머 이 책을 접할 어른 독자의 몫이 됐다.

이지영 기자


엉뚱순진한 수박머리
애써 잡은 물고기 몽땅 풀어준 이유는

사고뭉치 아들과 못 말리는 아빠 1~6
정춘화 지음
선위안위안 그림
하진이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각 권 172~280쪽, 각 권 8500원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파스텔 그림을 보는 듯한 동화다. 신나는 모험도 없고, 눈물이 콕 쏟아지거나 배꼽이 빠질 정도로 우스운 이야기도 없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고장난 세탁기, 팔려간 강아지, 무섭게만 여겨지는 치과의사 등을 소재로 잔잔한 이야기가 책마다 20~40편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수박만큼 큰 머리를 가진 아들, 땅콩만큼 작은 머리를 가진 아빠. 빈틈 없고 착실한 엄마는 조연이다. 제목대로 엉뚱하지만 착한 아들과 그 아들에 걸맞은 아빠의 캐릭터가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신나는 어린이날’ 이야기를 보자. 어린이날을 앞두고 큰머리 아들은 백화점에서 본 슈퍼 울트라맨 인형을 사고 싶어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안 된다는 아빠의 말에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화관의 경품에 당첨돼 큰 상금을 받는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아빠를 잡아끌고 장난감 가게로 달려간 큰머리 아들은, 그러나 2000원이 모자라 장난감 앞에서 손에 쥔 돈만 만지작거리는 뚱보 아이를 만난다. 상금을 조금 덜어 뚱보 아이에게 보태준 큰머리 아들은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장난감을 선물해 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새 장난감을 선물 받고 기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바비 인형이며 무선으로 조종하는 판다 로봇 등을 사주다가 결국은 자기 장난감을 살 돈이 모자라게 되는데….

이불에 ‘지도’를 그리고는 혼날까봐 강아지에게 뒤집어 씌우는 모습을 보면 영낙없는 아이지만 아빠와 낚시를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물고기도 잠자러 집에 돌아가야 한다”며 잡은 고기를 몽땅 강물에 풀어주는 큰머리 아들의 모습은 꽤나 어른스럽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이 뛰어놀 축구장을 보전하기 위해 호텔 짓기를 포기하는 사장이나 첫 여름캠프를 떠난 아이가 걱정되어 캠프장 옆에 몰래 텐트를 치고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은 우리가 닮고 싶은 혹은 꿈꾸는 어른의 마음이 아닐까.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 친구들간의 질투와 우정 등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들의 눈으로 그렸기에 어른들은 추억을, 어린이들은 공감과 교훈을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 프랑스 동화 시리즈 『꼬마 니꼴라』를 재미있게 읽은 이들에게 강추한다.

김성희 기자


지구 온난화 어떻게 막을까? 한국 어린이도 등장해요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 저자 2인 e-메일 인터뷰

저자 조애너 콜(왼쪽)과 브루스 디건. [비룡소 제공]

전세계에서 530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과학 그림책 ‘신기한 스쿨버스’시리즈의 열두번 째 책이 출간됐다. 주제는 지구 온난화. 등장인물에 한국 어린이 ‘준’을 새로 집어넣은 게 이채롭다. 저자 조애너 콜(66)과 브루스 디건(65)은 지난 2007년 첫 방한 당시 한국 독자들의 환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 어린이가 ‘신기한 스쿨버스’에 타고 있는 걸 보니 반갑다.

“지난번 방한은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 어린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똑똑한지 알게 된 기회였다.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보답으로 시리즈 다음 책에 한국 어린이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한국출판사 쪽에 아이 이름을 물어봤더니 지호·가람·한강·누리·우리·대한 등의 후보 리스트를 보내줬다. 그 중 ‘준(Joon)’이 매우 ‘쿨’해 보여 골랐다. 또 ‘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방한 당시 찍었던 사진 속 한국 어린이들의 얼굴을 계속 그려봤다.”

-새 책은 ‘지구 온난화’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과 올 봄, 이상 저온 현상이 더 불거졌는데.

“이번에 북반구에 닥친 강추위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전 세계가 따뜻해지는 것’이라고 생각온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날씨’를 지구 전체의 ‘기후’와 혼동해선 안된다. 북반구 일부 지역은 추웠지만 남반구의 평균 기온은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온난화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온실가스가 어떻게 해서 대기에 갇혀있게 됐고, 그런 현상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독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토론하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직접 법을 만들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예를 들어 부모님에게 카풀을 하라고 권하기, 컴퓨터와 텔레비전의 전원을 멀티탭에 꽂고 밤에는 완전히 꺼두기 등이다.”

-아이들에게 과학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유머를 넣는 것, 많은 정보 중 핵심을 뽑는 것, 그리고 그 주제의 가장 기본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또 복잡한 내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단순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의미가 달라질 만큼 단순해져선 안된다. 그 선을 지키는 게 가장 힘들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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