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히트] 영화 '조폭 마누라' 흥행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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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폭마누라' 는 현실에는 없는 여자 조폭 두목을 앞세운 영화다. 남자 깡패를 한발로 짓뭉개 버리고, 남편도 허락 없이는 자신에게 손을 못대게 하는 이 캐릭터는 여성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텔레비전에 익숙한 세대에게 가벼운 웃음을 던지는 전략이 흥행 성공의 열쇠가 됐다. 유치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상황들, 원색적인 섹스 유머가 대중에게 먹혀들었다.

다시 한번 한국 영화의 단기 흥행 기록이 깨졌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조폭 마누라' (조진규 감독)가 개봉 5일 만에 전국 1백만 관객을 동원한 것. '친구' 보다 하루 앞서 1백만명 고지를 점령했다. 6일째에는 전국 1백40만을 헤아렸다.

물론 추석 연휴 덕을 톡톡히 봤다. 주말 개봉 후 평일로 이어진 '친구' 에 비해 명절 특수가 호재로 작용했던 것이다.

'조폭 마누라' 의 기록 경신은 올해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에 이은 한국영화의 흥행 행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시기 개봉한 '봄날은 간다' 와 어떤 형태로 흥행 경쟁을 벌일지 관심사였다. '조폭…' 이 최근 깡패 영화 붐을 타고 기획된 철저한 오락 영화라면 '봄날…' 은 '8월의 크리스마스' 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이 진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다.

둘 다 상업영화지만 기획 단계부터 제작자와 감독의 자세가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관객들은 부담없이 웃겨주는 영화쪽을 택했다. '봄날…' 이 개봉 6일 동안 서울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런대로 선전을 했지만 '조폭…' 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런 현실을 두고 충무로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자본이 이윤에 민감한 만큼 이러다 너도 나도 팔리는 영화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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