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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파노라마] 실속 거리 신천역 일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압구정동에서 눈요기하고 '뒷구정동' 에서 밥먹고 쇼핑해요. "

직장인 김성미(22.여.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친구들 사이에 실속파로 통한다. 집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면 최첨단 패션과 유행이 넘치는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를 돌며 실컷 눈요기를 한 뒤 배가 고프면 신천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 金씨와 친구들은 음식점.카페뿐 아니라 PC방.보세옷집.노래방 등을 이용한다.

이처럼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주변은 화려하고 흥청거리는 압구정동과 정반대로 값싸고 서민적인 분위기로 인해 몇해 전부터 '뒷구정동'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金씨는 "뒷구정동은 압구정동에서 쓰는 돈의 절반 수준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며 "조금만 다리품을 팔면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고 말했다.

소금구이집에서 저녁을 먹는 직장인, 새마을시장에 들러 재래시장의 향수를 느끼는 노신사, 현란한 춤동작에 박수 갈채를 받는 학생 등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잡은 뒷구정동엔 재래시장과 젊음의 거리가 공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부담없이 찾아온다.

잠실 천주교회를 중심으로 왼편에 있는 젊음의 거리는 무엇보다 '싸다' 는 장점이 발길을 붙잡는다. '춘천집 닭갈비' 는 하루 24시간 영업하는데다 뼈없는 닭갈비가 1인분에 5천원으로 저렴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바(Bar)들은 시중에서 5천원대인 병맥주를 2천5백원에 내놓아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다.

회사원 김완주(30)씨는 "돼지갈비가 1인분에 4천5백원, 술안주도 5천원대여서 회식 장소로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떡볶이집 '멍텅구리' 를 자주 찾는다는 전혜성(18.영동여고)양은 "떡볶이를 다 먹은 뒤 밥을 비벼줘 한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고 귀띔했다.

요기를 한 뒤 현란한 간판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1970년대풍 시장에 발길이 닿는다. 20년 넘게 명맥을 잇고 있는 새마을시장은 재래시장 특유의 친근함과 다양한 품목으로 고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자 이렇게 밀어봐. 두세번 밀면 그을음이 다 없어져!"

머리에 핀마이크를 꽂은 장사꾼이 특수 수세미로 냄비의 때를 손쉽게 지워내자 구경꾼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한쪽에선 영광 굴비를 파는 상인이 백화점 식품매장을 벤치마킹한 듯 굴비를 직접 튀겨 손님들에게 시식을 권하고 있다.

두서너평 규모의 신발가게에서는 최근 어린이에게 인기있는 디지몽 운동화가 1만8천원에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보도를 따라 죽 늘어선 매장 진열대엔 과일.채소.속옷.좀약 등이 가지런히 손님을 기다리고 골목길 안에는 순대국.돼지갈비집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장에서 20년째 채소 장사를 하고 있는 박순예(66)씨는 "과일.채소.참기름 등 시장에서 파는 물품은 대형마트보다 신선하고 값도 싸다" 며 "요즘엔 서울시내 먼 곳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알뜰 쇼핑객들도 많다" 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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