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커비전] 프로축구팀 지도자 인선, 능력을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프로축구 감독들에게 '추운 계절' 이 돌아 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가 아직 다섯 경기가 남았는데도 몇몇 팀의 감독들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은 전남 이회택 감독, 울산 김정남 감독, 성남 차경복 감독, 전북 남대식 감독대행, 수원의 김호 감독 등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와 아시아 슈퍼컵을 싹쓸이한 김호 감독을 뺀 나머지 지도자들은 '혹시나' 하며 옷깃을 여미고 있다.

한국의 K리그는 한국축구의 얼굴이다. 현재이자 미래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K리그의 경기력이 과거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부끄러운 진단을 받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쳐 대표팀 전력도 역대 월드컵대표팀과 비교해 최약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국축구가 다시 도약하려면 한국의 프로팀 감독들에 대한 평가와 올바른 인선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과거 국가대표팀이나 프로팀 감독을 선임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된 점은 유명세였다. 현역 시절의 화려했던 이름은 곧 우수한 지도자의 보증수표였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국가대표팀에서, 프로팀에서 유명한 이름을 앞세우고 벤치에서 선수들을 호령했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이제 한국 프로축구도 현역 시절의 명성이 아니라 능력 있는 지도자를 써야 한다. 능력 있는 지도자의 바로미터는 바로 성적과 효율성이다.

이제 국내 지도자들도 팀 경영성적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가 돼야 한다.

능력 있는 지도자는 우선 효율적인 지도를 위한 기본 원칙을 알아야 한다. 즉, 선수들을 동기 유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선수의 기량 향상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선수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일반적인 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운동 기능 향상을 위한 구체적 지도 방법도 필요하다.

일본 축구의 대도약에 배 아파하면서도 정작 일본 축구를 해부할 때 우리는 한 가지를 꼭 뺀다. 한국보다 10년 늦게 시작한 J리그의 초창기 때 각 프로구단 감독들의 80% 이상이 외국인 지도자였다는 점이다.

왜 일본은 축구 선진국의 지도자들을 데려다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가 하는 점을 우리는 바로 봐야 한다.

이제 한국 프로축구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있고 스포츠 과학을 이해하며 앞서 거론한 지도자의 기본 원칙과 올바른 지도 방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프로그라운드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명성을 앞세워 선수들을 윽박지르거나 하고한 날 컨디션 타령이나 하는 지도자, 패한 뒤 모든 책임은 선수 혹은 구단이나 언론으로 돌리는 못난 감독들이 다시는 프로그라운드에 서지 않아야 한국축구는 분명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본지 축구 해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